'아버지 암'으로 불리는 전립선암, 11년새 3배 증가

입력
2022.04.19 21:19

김모(65)씨는 평소 소변을 보는데 별다른 증상도 없고 소변 색깔도 정상이어서 전립선에 특별히 이상을 느껴본 적은 없다.

다만 40세부터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해 검진을 받아봤는데 전립선암표지자(PSA) 검사 수치가 높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김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대학병원을 찾았고, PSA 수치가 전립선암 확률이 30%로 전립선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입원으로 검사가 가능하다는 말에 국소마취로 조직검사를 받았고, 조직검사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김씨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증상도 없이,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진단받는 ‘전립선암(Prostate cancer)’. 전립선은 방광 아래쪽에 남성에게만 있는 작은 기관으로, 정액을 형성ㆍ저장하는 장기다.

최근 국내 전립선암 발생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환자는 2021년 10만9,921명으로 2010년(3만5,688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령 인구 증가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립선암은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남성 암 발생률 1위다. 실제 미국ㆍ영국 등에서 전립선암은 남성 암 중 부동의 1위다. 50대 이상에서 많이 걸려 '아버지 암'으로도 불린다.

전립선암은 진행될 때까지는 아무 증상도 없고, 진행 속도도 빠르지 않지만, 뼈로 전이를 잘하는 특성이 있다.

일단 뼈로 전이되면 심한 뼈 통증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 등 강한 진통제를 계속 써야 할 수 있고, 전이된 뼈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척추로 전이를 잘해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암이 진행되면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완전히 막아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다가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증상이 생기거나 지속적인 혈뇨에 시달릴 수 있다. 빠른 진단 후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선암은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성을 높이는 몇 가지 원인은 고령, 가족력, 비만, 고지방 식사 등이 지적된다.

최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정도로,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선암이 있다면 발병 확률이 정상인보다 3배 정도 높다”며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50세 이상이라면 연 1회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립선암은 특히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PSA 검사로 비교적 쉽게 암 의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에서 정상 수치 이상의 PSA 결과가 확인되면 전립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전립선 MRI를 먼저 촬영한 뒤 암이 의심되는 부분만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표적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치료법은 진행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국소 전립선암은 로봇 수술(로봇 보조하 전립선절제술)이 일반적이다.

최중원 교수는 “전립선암의 로봇 수술법은 크게 경복막 전립선절제술, 레치우스(방광 앞 공간) 보존 전립선절제술로 나뉘는데, 앞의 방법이 더욱 넓은 범위의 안정적인 절제가 가능하지만, 뒤의 방법은 요실금을 줄이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는 2개월 정도를 매일 병원에 방문해 받는데, 치료할 때 별다른 통증은 없지만 완치율이 수술적 치료보다 낮고 소변이나 대변으로 피가 반복적으로 나오거나 장에 천공이 생기는 등의 방사선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일반적으로 진행을 늦추지만 내성이 생기고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는 아니다. 현재 진행된 전립선암(3기 후반~4기)도 2차 약제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전보다 사용 가능한 약도 많아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다.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 셀레늄, 녹차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 확실히 예방 효과를 보여준 것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지방식이나 비만이 전립선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 전립선암 예방 효과와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가 있는 콩과 토마토는 평상시 충분히 챙겨 먹도록 한다.

대한비뇨의학회,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대한비뇨기과학재단이 함께 발표한 ‘2017 한국인 전립선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만성질환(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경우 정상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고, 복부 둘레가 90㎝ 이상인 복부 비만 남성의 경우 정상 체중의 남성보다 발생률이 1.32배 높았다. 따라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고위험군이라면 정기검진 등이 필요하다.

최중원 교수는 “전립선암은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양성자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은 전립선암에 대해 수술적 치료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는 치료는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전립선암은 수술 후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15배 확대되는 시야 하에 정교한 문합(吻合) 및 신경 보존이 가능한 ‘로봇 보조하 전립선절제술’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