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국회 입법도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에 검찰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일 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면서다.
민주당에선 검찰개혁 트랙에 올라탄 만큼 내려오기엔 이미 늦었다는 견해가 다수다. 속도 조절에 나서려다 강성 지지층 실망과 국민 피로감 가중 등으로 진영 안팎의 비판을 받기보다, 입법 목표를 달성한 후 반대 여론을 진화하는 편이 6·1 지방선거 등을 감안해서도 낫다는 입장이다. 다만 역풍 등을 감안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법안의 세부 내용을 미세 조정하는 방식으로 검찰과 절충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19일 4월 임시국회 내 검수완박 법안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된 것을 거론하며 "검찰 기능 정상화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검찰은 퇴직 후 전관예우로 많은 돈을 버는 특권·관행을 놓치기 싫어서 입법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필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전관예우 관행 등 검찰개혁의 명분을 강조하며 전날 상정된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회의가 열린 원내대표실 벽에 적혀 있던 문구도 '권력기관 개혁,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로 교체됐다.
문 대통령이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검찰에는 자체 개혁과 자정 노력을, 민주당에는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는 해석에도 선을 그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느냐'를 궁극적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신 것"이라며 "(입법) 시기 조정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5월 9일까지)'라는 목표시한까지 못 박은 만큼 이를 변경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시도 때와 달리 청와대와 가까운 친문재인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중론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친문계 의원은 "검찰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후 이를 추진하지 않을 상황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청와대로부터 별다른 시그널이 전달되지 않은 것도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입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민주당과 검찰의 대화를 당부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MBC에 출연해 "법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여기에 반대하는 검찰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를 설득해가는 시간"이라며 "'속도'는 '물리적 시간'이기도 하지만 '법안의 완성도'도 얘기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이 내용은 물론 절차면에서도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입법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민생을 챙기기보다는 의석수를 앞세워 뚜렷한 대안도 없이 검찰수사권 박탈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 및 절차적 보완을 당부한 문 대통령의 당부를 감안, 국민의힘과 검찰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취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도 있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입법 과정에서 논의할 여지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우선 '3개월'로 둔 검수완박법 시행 유예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입법이 국가의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흔드는 것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는 민주당에서도 적지 않았다. 이에 유예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두는 것도 검토한 바 있다. 부칙에 포함된 '법 시행과 동시에 검찰은 수사 중인 사안을 관할 경찰에 승계한다'는 내용도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검찰이 요구하고 있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에 대해선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굳건하다. 이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식의 대안 검토가 이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