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자문위원으로 있던 국책연구소의 연구 용역을 자신이 소유한 벤처기업을 통해 수주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회사가 입찰 심사 과정에서 연구소 직원인 내부 위원들에게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19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2020년 6월 ‘사이버 훈련 2D 3D 시각화 개발’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하고 다음달 테르텐을 낙찰자로 선정해 용역 계약을 맺었다. 민관 정보보안 종사자가 받은 위기 대응 훈련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 것으로, 그해 12월까지 5개월가량 연구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9,680만 원을 지급하는 계약이었다. 연구소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원(ETRI)의 산하 기관이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입찰 공고 직전인 2020년 5월까지 테르텐 대표와 연구소 자문위원을 겸임했다는 점이다. 테르텐은 이 후보자가 2000년 사이버 보안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이 후보자는 2020년 총선에서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돼 그해 5월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이 회사 대표를 맡았고 지금도 최대 주주다. 이 후보자는 또한 2018년부터 연구소 자문위원으로 재직했고, 2019년엔 테르텐 대표로 이 연구소와 ‘패밀리 기업’ 협약을 맺었다.
심사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테르텐을 포함해 모두 2곳이었고, 연구소는 외부 전문가(외부위원) 3명과 소속 연구원(내부위원) 5명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두 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했다.
정태호 의원실이 입수한 당시 평가표를 보면 내부위원 5명은 전원 테르텐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위원별 점수(100점 만점) 차이는 최소 8.5점, 최대 32.5점이었다. 반면 외부위원은 3명 중 1명만 우위라고 평가했고 점수차는 7.5점이었다. 다른 외부위원 2명은 경쟁 기업의 점수를 테르텐보다 각각 1.5점, 8.5점 높게 매겼다. 덕분에 테르텐은 경쟁사를 40점 차이로 따돌리고 계약을 따냈다.
테르텐에 낮은 점수를 준 외부위원 2명은 특히 ‘소프트웨어(S/W) 개발 요구사항’ 항목에서 박한 점수를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용역의 골자가 소프트웨어 개발(2D 및 3D 시각화)인 점을 감안하면 테르텐이 연구 수행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 경쟁사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태호 의원은 “이 후보자가 연구소 자문위원과 수혜 기업 대표를 겸직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이해충돌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라며 “후보자가 그간 수십 개 기관에서 공직을 맡았는데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측은 “심사는 블라인드로 진행됐다”며 “내부 위원들이 연구소의 사업과 시스템에 이해도가 높은 업체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어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