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년이 지나도 여전히 필요한 영화

입력
2022.04.18 19:41

학교폭력의 민낯을 담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5년 전 촬영된 작품은 2022년 상반기 뒤늦게 관객을 만나게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학교폭력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 씁쓸함을 안겨준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주로 피해자가 주인공인 여타 작품과 달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폭력 가해자들과 그 부모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잘못을 자각하지 못하는 뻔뻔한 가해자들의 행태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 피해자의 고통이 공분을 자아낸다.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좋은 영화들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영화들이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담았다면, 이 작품은 가해자의 시선을 전한다"며 "피해자의 고통 체험도 힘들었지만 가해자의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어떻게 탈출 시키는지 보여주는 것도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속 학교폭력 장면은 나에게 지옥 같은 장면이다. 내색은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어떤 자극을 보여주려는 장면은 결코 아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해당 장면을 접한 사람들이 깊이 아파했으면 좋겠다'는 목표로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설경구는 학교폭력 가해자 중 한 명인 강한결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강호창 역을 맡았다. 그는 "학교폭력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조금이라도 근절되기 위해 반복적으로 토론돼야 한다"며 "촬영할 땐 내 아들을 끝까지 믿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임했다. 실제 나에게 닥친 상황이라면 솔직히 많은 갈등이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가해자 학생들 반의 예비 담임이자 기간제 교사 송정욱을 연기한 천우희는 "선택의 기로에 있는 인물로 생각했다"며 "사실 송정욱에게는 어떠한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앞장 서서 사건을 해결 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관객과 가장 접점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홍파는 가해자인 손자 박규범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 힘을 빌리는 전직 경찰청장 박무택을 연기했다. 그는 "결국 어른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이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어른들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 무엇을 주면서 살았는가'라고 돌아보는 시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설경구의 아들로 출연한 성유빈은 "한결이가 처음으로 '난 아니야'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잘 나오지 않아 테이크를 엄청 많이 갔는데 (설경구) 선배님께서 '괜찮다.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원하는 장면을 얻어낼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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