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 한 달을 맞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도 완성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애초에 공언한 규제완화보다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이후 꿈틀대는 집값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 발표도 미뤄졌다. 당초 이르면 이번 주에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인수위 내부에서 발표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탓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출범 초기 인수위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뒤집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현 정부의 규제를 확 풀겠다는 윤 당선인 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전면 재검토, 재건축 규제완화, 부동산 세부담 완화 등을 내걸었다.
인수위 부동산 TF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로 임대차 3법을 꼽으며 제도 폐지까지 검토했다. 아울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등을 공식 발표했다.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 등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인수위의 도심 내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시그널은 오히려 안정세를 찾아가던 집값을 다시 자극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예정단지 위주로 집값이 오르며 하락세였던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초 보합으로 전환됐다. 시장 불안 양상이 지속되자 인수위 안팎에서는 규제완화 관련 언급을 쏙 빼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몰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인수위는 일단 큰 틀에서 부동산 규제완화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 상황을 보며 제도 개선을 하나씩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시장에 충분한 공급 신호를 주기 위해 공급 확대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집값 폭등에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청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도심 내 '윤석열표' 반값 아파트 조기 공급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심주택 공급 실행 TF를 꾸려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등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고 서울의료원부지, 용산정비창 부지 등 국공유지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 시절에는 공약의 방향성과 선명성을 위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당선 후에는 정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공약이 완성 단계에 이르러 인수위 내부 보고 과정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발표 시점을 두고 인수위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출범 후에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기획위원장인 원희룡 후보자는 이날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대외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지만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후 진행된 인수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원 후보자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따로 발표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