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절 롯데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1억 원 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대학 총장의 기업 사외이사 겸직은 드문 일이다. 대학 교수가 사외이사를 겸직하려면 대학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 후보자는 ‘셀프 허가’를 했거나, 허가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년 9개월간 롯데첨단소재(현 롯데케미칼)의 사외이사를 지내며 총 1억1,566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김 후보자는 롯데첨단소재 사외이사를 겸직하기 위해 ‘셀프 허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교육공무원법과 한국외대 복무 규정에 따르면, 대학 교수를 비롯한 교원이 사외이사를 하려면 소속 학교장(대학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사외이사 업무가 교육과 연구라는 교수의 본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명문화한 장치다.
박 의원은 “국내 대학총장이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라며 “김 후보자의 전공 분야(행정학)와 롯데첨단소재 사업 내용의 관련성도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교원이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례도 드물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9년 한국외대 전체 전임 교원 694명 중 15명(약 2%)만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김 후보자는 한국외대 총장에서 퇴임한 직후인 올해 3월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커피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의 사외이사로 선출됐다. 롯데GRS 사외이사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다른 롯데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연봉은 1억5,000만 원 안팎이다.
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서 학교의 내실 있는 운영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사외이사 겸직 허가 과정, 총장 업무와 사외이사 업무의 이해충돌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 중엔 사외이사가 유난히 많다. 사외이사를 맡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국민 정서와 어긋나는 고액 급여 수령이나 이해충돌 혹은 부당 겸직 문제가 불거지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쓰오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신세계인터내셔날)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삼성전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AK 홀딩스) 등이 사외이사를 지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