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아빠 찬스' 부인했지만 국민 눈높이가 관건

입력
2022.04.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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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의 의대 편입학과 아들의 4급 보충역 판정 등과 관련해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경북대와 경북대병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자녀 편입학 과정을 신속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아들의 병역 진단도 다시 받겠다고 했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자녀 입시 및 병역 관련 의혹으로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자녀 의대 편입 과정에서 허위 스펙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와 흡사한 측면이 있어 이날 해명으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정 후보자는 두 자녀의 영어 성적과 학사 성적 등 평가 점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객관적 성적이 우수한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딸이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교수들로부터 구술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의혹 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아들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2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나 19학점 수업을 들으면서 주당 40시간의 연구원 생활을 병행했다는 ‘스펙’은 부풀리기 의혹이 짙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조국 전 장관 수사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사긴 했으나 공정의 아이콘이란 대권 도전의 기반도 마련했다. 그런 그가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해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윤로남불' 논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라는 점도 윤 당선인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무작정 정 후보자를 감쌀 경우 거센 역풍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뜻이 없는 만큼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으로 시비를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