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예고한 4월, 가장 먼저 꺼낸 무기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 북한 매체는 17일 “김정은 동지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공개 보도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6일 오후 6시쯤 함흥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강조한 이 미사일의 외형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유사하다. 다만 크기는 3분의 2 수준으로 작아졌고 사거리(400~600㎞)와 비행고도, 속도 등도 기존 KN-23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가 분석한 발사체 두 발의 고도와 비행거리는 각각 약 25㎞, 110㎞로 조사됐다. 최고 속도는 마하 4(시속 4,896㎞)였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로 날다 목표 지점에서 급상승하는 ‘풀업 기동’이 특징이다. 요격이 까다롭다는 뜻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기존의 KN-23을 소형화해 북한군 포병부대가 직접 운영하는 KN-02 미사일을 대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KN-02는 구소련의 SS-21을 기반으로 제작된 구형탄도미사일로 별칭은 ‘독사’다.
일각에선 우리 군이 북한의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정밀 타격할 목표로 개발 중인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KTSSM(케이티즘)’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군 당국은 이날 오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보도한 뒤에야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하루가 지나도록 쉬쉬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초기 탐지된 제원이 밝힐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제원 관련 동향을 고려할 때 미사일이 새로운 형태일 가능성을 추가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사실 군의 설명처럼 북한이 전날 쏜 발사체는 앞서 올 들어 11차례 시험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사거리와 고도가 가장 낮다. 특히 비행거리는 방사포에도 못 미친다. 군 당국은 그간 관례에 따라 일반 방사포 사격이나 순항미사일 등 일상적이거나 위협 수준이 낮은 북한의 군사행동은 일일이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미사일도 제원 등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에도 미치지 않는 소형이라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15일)과 18일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개시를 전후로 북한의 고강도 무력시위가 예상됐던 만큼, 긴장 완화를 위해 공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수도권을 겨냥한, ‘대남용’으로 보이는 미사일은 비행 고도가 워낙 낮아 저고도 방어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한 이유에 모아진다. 신형이라고는 하나 북한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할 정도의 무기체계는 아닌 탓이다. 정부는 대내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태양절과 한미훈련, 미 핵추진 항공모함(링컨호)의 한반도 진입, 또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을 전후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보라는 것이다. 이날 미사일 발사 소식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최근 김 위원장의 시선도 대외보다 북한 내부를 향해 있다.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현지 지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당시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자축했지만, 군 당국은 영상이 조작됐다며 화성-15형으로 결론 내렸다. 8일 전 쏘아올린 화성-17형 폭파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하자 민심 이반을 막으려 김 위원장이 현장을 직접 찾았고 미사일 발사도 급조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