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 A씨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월급이 깎였다. 사회필수인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라 일반 확진자와 다르게 3일 자가격리 후 출근했는데, 그 3일이 모두 무급처리됐기 때문이다. A씨는 "주말 포함해서 3일 자가격리했는데 평일에 일하지 않은 날이 있으니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병원이 무급휴가로 처리해 버렸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는 실업 장기화, 고용 쏠림 등 노동시장에도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 타격을 여성이 남성보다 크게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직과 소득 감소, 확진 시 무급휴가 등을 경험한 여성 비율이 남성과 뚜렷한 격차를 보이며 높게 나타났다.
1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3월 24~31일 진행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소득 감소를 경험한 여성이 각각 21.3%, 37.7%로 나왔다. 남성보다 7.3%포인트, 8.5%포인트씩 높다. 코로나19 확진 격리기간 동안 '무급휴가'였다는 여성은 32.4%로, 남성(20.8%)보다 11.6%포인트 많다.
그렇다고 여성이 코로나19에 더 많이 걸렸던 것도 아니다. 설문 대상자 중 코로나19에 확진됐었다는 비중은 남녀 모두 21.5%로 똑같았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감염 양성 여부를 묻는 항목만 유일하게 남녀 차이가 없었고, 일터에서의 불평등 경험을 묻는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높게 나타났다"며 "구조적 성차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성이 코로나19 위기 직격탄을 맞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낮은 임금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등 열악한 일터에 더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평균 월급을 살펴보니 남성은 344만 원인 반면, 여성은 218만 원이었다.
회계 담당 직원으로 일하는 여성 B씨는 동일한 업무를 하는 남성보다 낮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퇴사도 못 하는 상황이다. 그는 "안 그래도 상사 괴롭힘이 심한데, 회계 경력이 나보다 짧은 남자 직원 월급이 더 높다는 걸 알게 됐다"며 "퇴사하려는데, 면접 오는 분들마다 임금이 낮다고 입사하지 않아 그만두지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가입 비중도 모두 남성이 여성보다 10% 이상 높게 조사됐다. 회사에 '유급연차휴가 제도가 없다'고 답한 여성이 26.7%로, 남성(15.0%)보다 11.7%포인트 높았다. 실직 위험이 높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사회보험 제도에서도 빗겨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성평등 전담 부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직장갑질119는 강조했다.
강은희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며 실직을 경험하는 비율이 더 높지만, 사회보험 가입률은 낮아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5월 19일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으로 차별적 처우를 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는 만큼, 차별 시정 관련 제도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