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정모(31)씨가 경북대 의대 편입에 활용한 논문 참여 실적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씨는 경북대 학부생 시절 학내 연구센터 프로젝트에 뒤늦게 참여한 뒤 관련 논문 2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정작 정씨보다 연구에 오래 참여했고 기여도가 높은 석·박사 과정 연구원들은 논문 저자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정씨는 부친이 경북대병원장이었던 2017년에 이 학교 의대 편입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지능사회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2015년 10~12월 석 달간 경북대 U-헬스케어 융합네트워크 연구센터(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요연계형 데일리 헬스케어 실증단지 조성사업'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했다. 이 사업이 그해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으니 정씨는 사업 후반부에 합류한 것이다.
정씨는 사업 내 프로젝트 가운데 '플랫폼 고도화(oneM2M 상호연동성)' 부문에 참여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표준인 'oneM2M'에 국제의료정보 전송표준인 'ISO/IEEE 11073'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과제로, 담당 연구원(연구보조원 포함)은 총 15명이었다. 정씨가 합류한 시점은 사업 일정상 설계 및 서비스 구축을 마친 뒤 테스트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였다. 다른 연구원 14명은 모두 2015년 5월부터 연구에 참여했다.
정씨의 연구참여율은 낮은 편이었다. 연구참여율은 연구원별로 과제 기여도, 근무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달 산정되는데, 정씨는 연구센터에서 보낸 3개월간 연속 30%를 기록했다. 정씨와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연구원 15명의 평균치(50%)는 물론이고, 신분이 같은 연구보조원의 평균치(43%)보다도 낮다.
연구진은 프로젝트 종료 이후인 2016~2017년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KCI)에 관련 논문 3편을 실었는데, 정씨는 이 가운데 2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4월 발표된 논문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에선 제3저자, 같은 해 8월 논문 '사물 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에선 제4저자였다. 연구진 15명 가운데 논문 저자에 등재된 사람은 6명뿐이고, 이 가운데 석·박사 과정생이 아닌 학부생은 정씨가 유일했다.
정씨가 이름을 올린 논문 2편은 사업단장인 A교수가 지도교수를 맡았다. A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업단 연구참여율과 논문 저자 등재 여부는 관계가 없다"며 "논문은 개인 능력에 따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박사후 연구원은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건 지도교수의 마음이지만, 학부생을 콕 짚어서 이름을 등재해주는 건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대 편입 전에)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아들이 지도교수와 진로 상담을 하다가 평소 관심이 많던 U-헬스케어 분야에서 논문 작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고, 교수는 학생의 전공 소양과 외국어 실력 등을 판단해 참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도교수는 나와 친분관계가 없고 나와 아들의 관계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씨가 의대 지원서류에 '논문에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연구팀에서) 플로차트(순서도)를 작성해야 했는데 아들이 미국 회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자고 제안하자 대학원생이 '학부생이 이런 걸 어떻게 아느냐'며 일을 맡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