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조현수 4개월 도피 누가 도왔나

입력
2022.04.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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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 "죽고 싶다"며 통화서 부친에 토로
검거현장에 대포폰·생수만...조력자 없어
2월 입주 시작 오피스텔 어떻게 들어왔나
은신처는 22㎡ 면적 월세방으로 알려져
작년 12월 잠적 이후 행적도 함께 밝혀야

‘대포폰은 남았지만 도운 사람은 현장에 없었다.’

경찰이 17일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를 붙잡았을 때 둘이 머물던 오피스텔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사람 명의 휴대전화가 전부였다. 4개월간 지속된 이들의 도피생활은 막을 내렸지만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간 행적은 의문투성이다. 수사를 통해 우선적으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검거팀 관계자는 18일 “검거 당시 이씨와 조씨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듯 비교적 초췌한 모습이었다. 경찰이 이씨 부친과 함께 전날 낮 12시 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을 찾았을 당시 안에는 이씨와 조씨 외에 다른 조력자는 없었다. 대포폰과 페트병에 담긴 생수 상자를 제외하면 별다른 집기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잠적 기간 본인 명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아 경찰이 검거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씨는 검거 당일 다른 사람 명의 휴대폰으로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이면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등 도피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이씨와 조씨의 통화내역과 소비습관 등을 분석해 삼송역 인근으로 포위망을 좁혔다. 또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해 은신처인 오피스텔을 특정했다. 이후 이씨 아버지를 설득해 이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잠적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고양 오피스텔은 2,513실 규모로 올해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만큼, 도주 이후 최소 두 달간 둘이 다른 곳에서 숨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씨 등은 22㎡ 크기 오피스텔에 월세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새로 입주한 오피스텔에 들어와 이들이 지낼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삼송역 인근 이면도로에 설치된 CCTV에 모습이 찍히는 등 두 사람은 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외출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과거 어울렸던 친구들이나 범죄조직의 비호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합동수사팀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환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