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을 단순변사로 내사 종결했던 안미현 전주지검 검사(당시 의정부지검 검사)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안 검사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 무능함으로 인해 피해자 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묻힐 뻔했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이은해가 2019년 6월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을 물에 빠뜨려 살해했을 때 단순변사로 내사종결했다. 당시 안 검사는 의정부지검에서 영장전담 검사로 재직하며 수사를 지휘했다.
안 검사는 이같은 사실을 상기하며 "경찰이 변사사건 수사를 하고 저는 그 기록만 받아보다 보니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서류에 매몰돼 경찰의 내사종결 의견대로 처리하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이라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을 '검수완박'에 빗대며 이번 사건이 검수완박이 가져올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안 검사는 "검사에게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오로지 서류만 보고 판단하도록 했을 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검수완박 전에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억울한 피해자 분의 죽음을 말도 안 되는 '국가수사권 증발' 논의에 언급하게 돼 유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경찰만이 아니라 검찰도 실체관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인천지검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합동검거팀을 꾸려 16일 낮 12시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피스텔에서 이씨와 내연남 조현수를 검거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인천지검으로 압송한 뒤, 이르면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