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은 본래 뇌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는 우울하면 “심장이 아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관용적 표현이 아닌, 실제로 그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ㆍ김윤기ㆍ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팀이 국내 빅 데이터를 분석해 우울증이 심장병의 일종인 심방세동(心房細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빠르고 불규칙한 맥박이 발생하는 부정맥(不整脈)의 일종으로, 뇌졸중ㆍ심부전ㆍ심장판막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우울증과 심방세동 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2002~2008년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심장 건강에 이상이 없고 20세 이상인 50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1.25배 높았다. 우울증이 재발한 적이 없으면 1.17배, 재발한 적이 있으면 1.3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다. 20~39세 그룹에서 1.58배로 연관성이 가장 높았다.
최종일 교수는 “우울증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뿐만 아니라 심장 건강도 꾸준히 살펴 뇌경색ㆍ치매ㆍ심부전 등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을 조기에 예방해야 한다”며 “젊은 층에서 우울증이 있으면 심방세동 발병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에, 젊다고 건강을 과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기 교수는 “심방세동을 조기에 진단해 적극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기에 우울증이 있다면 심장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공식 학술지 자매지인 ‘JAMA Network Open’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