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일 맞아 '태양절 열병식' 대신 한밤 댄스파티 연 이유는?

입력
2022.04.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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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ICBM 발사로 '정점' 찍어 숨 고르기 
25일 '건군절' 계기로 도발 나설 가능성

평양 한복판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색색깔 한복과 흰 와이셔츠를 맞춰 입은 수천 명의 청년들이 김일성광장에서 손을 맞잡고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췄다. 노란 부채로 노동당 로고를 형상화하거나 대형 격자무늬를 만드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무도회 중간중간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고, 관람객들은 박수를 치며 흥을 돋웠다.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은 북한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대규모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를 선보이며 군사력을 한껏 과시했던 과거 태양절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한미는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기정사실화한 상황. 축제 열기로 민심을 하나로 모은 뒤 도발성 축포를 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는 셈이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7시 10분부터 20여 분간 '태양절 경축 청년 학생 야회'를 중계했다. 매체는 "해마다 맞이하는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 태양절, 여기 경축 광장에서는 인민의 환희가 한껏 넘쳐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무도회가 끝난 뒤에는 경축 대공연과 추가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성대한 잔치 속에 열병식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태양절 100주년(2012년)과 105주년(2017년)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무기체계는 자취를 감췄다. 올해가 북한이 각별히 여기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만큼 과거에 버금가는 위력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는 행보다.

북한은 왜 정주년에 태양절 열병식을 건너뛰었을까. 지난달 25일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한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깨는 등 무력시위의 정점을 찍은 만큼 열병식이 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화려한 볼거리로 장기 국경 봉쇄에 따른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을 위로해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달 중 추가 미사일 도발로 대미·대남 압박 수위를 차츰 높인 뒤 오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건군절) 90주년을 열병식 '디데이' 삼아 무력시위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김일성광장과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수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 열병식 준비 동향이 꾸준히 포착됐다. 핵실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3번 갱도 입구의 토사 더미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굴착 작업이 진척됐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 무력시위를 감행하든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 감행 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정세 긴장감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