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방문 중인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당)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대만을 ‘국가(country)’로 표현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들어 대만을 개별 국가로 보지 않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면서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에 발끈했다.
15일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양당 의원 6명으로 구성된 대만 방문단 일원인 메넨데즈 외교위원장은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에서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대만을 치켜세우면서 “대만은 세계에서 중요하고, 영향을 미치는 나라(country)”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만의 안보는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면서 중국과 대립하는 대만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넨데즈 의원은 전날 중국 정부가 의원단의 대만 방문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매우 기분 나빠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들의 대만 지지를 막지는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메넨데즈 의원을 포함한 의원들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미국 측은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 대만과 공식적 왕래를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계속 힘 있는 조처로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단호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의원들의 예고 없는 대만 방문과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는 것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은 대만을 지방 중 하나로 간주하며 국제사회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원 방문단은 대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차이 총통과 면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도발적 행동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여론을 결속시키고 있다”며 “대만을 버리는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버리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반미 연대를 강화하는 것을 견제하고 중국의 대만 병합 시도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날 대만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국방부는 호위함, 전투기, 폭격기 등을 동중국해와 대만 인근 지역에 파견해 군사 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의원들이 도발적인 여행을 통해 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