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친구 되겠다"는 윤석열 ... '박근혜 실패'가 반면교사?

입력
2022.04.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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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한국노총 출신 현기환 통해 노동개혁 
이정식 장관 후보자는 당시 '한국노총 사무처장'
대선 때 이재명 공개지지한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도높은 노동개혁을 예고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 노동계 인사를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이어 한국노총을 찾아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강경 일변도의 노동정책을 펼치다 '빈손'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 "한국노총 친구 되겠다"

15일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아 "나는 늘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고, 앞으로도 변함없는 친구로 계속 남겠다"며 "어느 때보다 한국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도 한국노총을 찾아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이후 내부 투표를 거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개 지지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후에도 한국노총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을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로 임명했고, 한국노총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도 전문위원으로 참여시켰다. 인수위에 참여한 두 명의 노동 전문가가 모두 한국노총 출신인 셈이다. 임이자 간사는 지난달 30일 한국노총과 별도 면담을 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 측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노동계에선 "'친노동'이라기보단 '친한국노총' 행보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정책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서 달라진 입장을 보인 적은 없다. 여전히 규제완화 등 경제 정책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조하는 등 달라질 기미도 없다. 또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여소야대로 인해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선인 측에서는 노동개혁을 하고 싶지만 법 개정 사항이 많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한계가 있고, 한국노총 측에서는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얻어내자는 실리주의가 있어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방적 노동개혁 추진하다 실패한 박근혜 정부

일각에선 당선인 측이 후보 시절부터 노동개혁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점진적 개혁에 무게를 뒀다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방적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았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박 정부는 2014년 하반기 경제·노동부처 교체를 기점으로 노동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임금제도, 고용구조, 노동시간 등 노동시장 구조의 전면 개편을 추진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까지 거센 반대에 나서자 2015년 7월 한국노총 출신 현기환 전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하며 한국노총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고, 결국 2015년 9월 한국노총을 설득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합의 4개월 만에 이를 파기하고 투쟁으로 돌아섰고, 2016년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며 노동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지명된 이정식 고용부 장관 후보자 또한 2015년 9월 당시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 노사정 합의에 일조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당시 기억을 소환하며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개악' 관련 노사정 야합 당시 한국노총 담당 간부였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정식 장관 후보자 "갈등 당사자 모여 합의 끌어내야"

윤 당선인이 박근혜 정부 실패를 교훈 삼아 한국노총을 끌어들여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정식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일자리연대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정권 초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몽플레 프로젝트와 같은 시나리오 싱킹기법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갈등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을 모아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내는 방식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선인 측과 한국노총의 노동정책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히 큰 데다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까지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킬 수 있느냐다. 이정식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 질의에 "언론 보도를 보니 민주노총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대라도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고 협치'라는 논평을 냈던데 그것이 대화의 자세"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면 세상이 또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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