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한국외국어대학이 부모가 특정 직업군을 가진 '금수저' 학생의 가정환경 조사를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4년 한국외대 총장으로 부임했고, 이듬해 '주요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특정 직업을 가진 재학생과 휴학생의 부모에 대해 전수조사했다.
특정 직업은 △2급 이사관 이상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종합병원 과장 이상 의사 △판사·검사·변호사 △대기업·금융권 임원 △일반기업 대표 등이었다. 추가로 '학과장의 판단으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부모'도 포함됐다.
대학 측은 '학부모 조사 양식'을 통해 학생·학부모 이름, 학생 학번·학년, 분류·기준을 제시했는데, 분류·기준은 '의사/○○병원 내과 과장', '기타/대규모 □□식당 운영'으로 작성하라고 안내했다.
대학 측은 조사 목적을 △학부모 네트워킹을 통해 대학 비전과 발전 공유 △학교 발전에 대한 학부모 의견 청취 △발전기금 모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이후 계획에 대해 △학교 소식지 발송 △학부모 간담회 초청 △지속적 관심과 협조 유도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외대 학생들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대나무숲에서 '세상에 안 중요한 학부모가 있나요?' 등의 항의 글을 올렸다. 학생회도 “학생들을 상대 평가로 줄세우는 것도 모자라 학부모 직업군도 상대 평가한다”며 비판했다. 당시 대학 측은 “대학 발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소통하기 위한 공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줄 세워 학교발전기금 등을 확보하거나 사회지도층 또는 경제력을 가진 부모를 둔 자녀만 따로 관리하려던 목적의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대규모 전수조사는 총장 승인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당시 총장이었던 김 후보자는 적절한 사과나 해명 없이 넘어갔는데, 이제라도 왜 이런 조사를 지시했는지 국민께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