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인생 샷’을 찍기 위해 전국의 숨겨진 포토존을 찾고 있다. SNS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 금세 유명세를 타게 된다. 기억에 남을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한두 시간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은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충남 태안군 파도리 해변의 해식동굴도 요즘 핫한 곳 중 하나다. 다양한 모양의 동굴과 바다와 하늘. 그 ‘삼위일체’를 배경 삼아 촬영한 기념사진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은 보물이 된다. 하지만 동굴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썰물 때만 걸어갈 수 있으며, 가는 길에는 미끄러운 갯바위 구간이 있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른 새벽 파도리 해변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텅 빈 동굴만 보였다. 게다가 동굴 넘어 보이는 바다와 하늘은 흐린 날씨 탓에 착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이곳저곳 동굴을 돌아다녔지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그 허전함의 대상이 사람이란 걸 알았고, 아무리 뛰어난 풍경이라도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새봄을 맞으면서 코로나로 인한 거리제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비었던 공간들이 사람들로 채워진다. 갑자기 헛헛한 마음이 푸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