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계급장 정치' 재가동... 북한, 도발 앞서 내부결속 극대화

입력
2022.04.14 16:55
리춘히 등 '고위층'에는 평양 호화주택 선사 
"충성심 유도해 도발 대비 체제 다잡기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매특허 ‘계급장 정치’가 다시 가동됐다.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하루 앞두고 좌천됐던 군 간부들을 상대로 승진 잔치를 벌인 것. 잦은 교체,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군부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충성심을 유도하는 군심 잡기 방식이다. 민간 고위층엔 ‘주택 선물’도 안겼다. 태양절을 전후로 한 고강도 도발에 앞서 내부 결속을 극대화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14일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장 명의로 내린 명령 제0029호에 따라 대장 6명, 상장 3명, 중장 16명, 소장 70명 등 총 95명을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계급 강등으로 ‘별’을 잃었던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대장으로 승진한 김정관, 김명식, 김광혁, 정경택 등이 대표적이다. 국방상이었던 김정관은 지난해 국방성 제1부장으로 강등(차수→상장)됐다가 한 계급 올랐다. 김명식 해군사령관은 지난해 7월과 12월 각각 대장에서 상장, 상장에서 중장으로 연이어 좌천됐지만 복권됐다. 정경택 국가보위상도 지난해 5월 대장 승진 후 4개월 만에 상장으로 강등됐으나 다시 대장 칭호를 받게 됐다.

‘승진→강등→복권’을 반복하는 군부 다잡기는 김 위원장 특유의 통치 스타일이라 새삼스럽지는 않다. 단 시기가 미묘하다. 태양절 등 주요 행사가 포진된 4월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이미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깬 상황에서 추가 무력시위를 감행할 적기로 꼽힌다. 실제 도발 예고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복구 중인데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건물도 철거하면서 대미ㆍ대남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상장으로 진급한 박수일 육군 제1군단장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관할하는 부대장이기도 하다. 본격 도발 전 사기 진작을 통해 군부를 향한 성과 독려를 촉구하는 행보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선물은 북한 고위층에도 전해졌다. 그는 전날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경루동 7호동’으로 불리는 호화주택을 리춘히 조선중앙TV 아나운서에게 선사했다. 최성원 아나운서와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 등도 공짜로 집을 받았다. 이들은 김정은 체제 보위의 1등 공신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태양절을 맞아 경축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택사업 성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CBM 추가 발사와 7차 핵실험 등 무력시위에 따른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핵심 지배층을 중심으로 체제부터 확실히 안정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스스로 무력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절대적 충성이 요구되는 지도층부터 단속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