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치료를 위해 스스로 대마를 키워 투약해 온 말레이시아의 인기가수가 사형될 위기에 처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선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아 사회적인 논쟁이 붙고 있다.
14일 스트레이트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가수 야신 슐레이만은 지난달 24일 대마 17종을 재배하고 214g의 마약을 밀매한 혐의(마약법 위반)로 긴급 체포됐다. 야신은 기소가 완료되면 현행법에 따라 무기징역 혹은 사형 선고가 유력하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마약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기초한 강도 높은 처벌을 내리고 있다.
문제는 야신이 일반 마약사범과 달리 치료용으로 대마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의 변호인단은 "심각한 환각 증상이 발현되는 조울증으로 2009년부터 정신과 전문의 치료를 받아 왔다"며 "수많은 처방에도 차도가 없어 대마를 키워 자가처방했고 일부 호전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야신 측은 관련 의료 기록을 사법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야신의 팬들은 "의료용 대마 사용까지 사형에 처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이라 자말루딘 보건부 장관 또한 "이제 말레이시아도 의료용 대마에 대한 임상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세계적으로 40개국 이상이 의료용 대마 소비를 합법화한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용 대마 합법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보수적 인식이 강한 나라인 데다, 현지 의료계가 "대마 합법화는 치료적 이익보다 사회적 해를 끼칠 우려가 더 크다"며 막아서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논란이 처음 발생한 2018년에도 결론을 유보한 바 있다. 당시에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대마 추출 기름을 무료로 제공하다 기소된 무하마드 루크만 사건이 계기였다. 사법부는 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했지만, 정부는 반발 여론을 감안해 현재까지 집행을 유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