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도입됐다가 4주 만에 '일시 멈춤'이라는 이름으로 뒷걸음쳤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5개월 만에 재개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현행 '자정, 10명'인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콘서트를 비롯한 집회·행사에만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런 방향 설정은 대부분의 방역지표들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상회복에 나서더라도 아직 오미크론 유행이 끝나지 않은 만큼, 너무 서두르지 말고 고위험군이 제때 치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9만5,419명이라고 밝혔다. 매주 확진자가 폭증했던 수요일 기준으로 확진자가 20만 명 선에 못 미친 것은 2월 23일 이후 무려 7주 만이다. 지난주 같은 요일 대비 9만여 명이 줄었다.
이에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이 억제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유행 확산을 예측할 수 있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지난주 0.82로 전주 0.91에 이어 2주째 1 미만을 유지했다"며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유행 초기인 2월 1, 2주 당시 감염재생산지수는 1.6까지 치솟았다.
위중증자, 사망자, 병상가동률 등 주요 방역·의료 지표들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신규 중환자와 사망자 수는 전주 대비 각각 20.5%, 6.4% 감소했다. 3월 4주 66.3%였던 전국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지난주 58.3%, 이날 기준으론 54.6%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완전히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언제든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재유행할 수 있고, 독감처럼 매년 산발적인 유행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코로나19가 앞으로 종식되기보다는 소규모 유행들을 반복하면서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앞으로 긴 꼬리가 이어지며 1,000만 명 정도는 더 감염될 것으로 본다"며 "향후 코로나19도 독감처럼 매년 소규모 유행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유행 규모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재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의료계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마저 흔드는 변화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이달 말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현재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수가, 보상체계, 병상 유지 등이 얽혀 있는 문제인데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진행하면 의료계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감염병 등급 하향으로 코로나 전담병상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면, 병원들이 일시에 병상을 철수할 수도 있다. 지금까진 행정명령 등을 동원해 반강제적으로 민간 병원의 병실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의료계가 등을 돌리면 재유행 시에는 병상 확보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당장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에는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플루나 메르스도 아직 1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새로운 변이 출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코로나19 등급을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도 현재로선 너무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 반장은 이에 대해 "인수위 쪽의 여러 의견들도 함께 고려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제때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하는 고위험군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은미 교수는 "정부는 1만 곳에 달하는 동네 병의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치료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정부는 일상 의료체계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코로나19 대면진료 수가를 없애겠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되면 대면진료에 참여하는 병원이 줄고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