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처리하기로 당론을 결정하면서, 국민의힘 측에서는 '총력 저지'를 예고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시간 제한 없는 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민주당 식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설득하겠다고 나섰다. 또 이준석 대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당내 의원들에게 적극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을 상대로 법안의 문제점, 부작용, 민주당의 의도를 설명함으로써, 국민들이 이 법안을 저지할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방법의 하나로 "민주당 원내대표와 진짜 시간 제한 없이 공개 토론하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 내 의견이 갈린다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도 계속 설득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오늘 몇 분을 만났는데 온건파 의원들은 굉장히 반대하고 걱정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아직까지 강경파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방선거까지 포기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날 이 대표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로서 우리 의원님들의 필리버스터를 독려할 거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원내가 아니라서 밖에서 응원만 하겠지만 제가 만약에 했으면 한 100시간 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현행법상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주효한 방법은 국회 임시회 종료 시점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다. 정의당(6석)이 검수완박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의석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300석 중 180석 이상)이 찬성해야 강제종결할 수 있는데, 현재 민주당 의석은 172석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을 합쳐도 1, 2석이 모자라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차기 임시회를 열 경우 필리버스터 없이, 즉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해 국민의힘 입장에선 '완전무결'한 무기는 아니다.
이 대표는 "지민완박(지방선거 민주당 완전 박살)"이라며 입법독주가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더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식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졸속'을 들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을 이전받을 기관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수사능력을 배양할 때까지 대안을 마련해 놓고 폐지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는 전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대체 조직 마련이 '패키지'로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여야 정치인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범죄학자들, 형사법학자들, 소위 검찰·경찰 수사를 받아서 피해를 본 사람들 의견을 다 들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취지에서 전날 국회 차원의 형사사법시스템 개선 태스크포스(TF)나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진행자가 '사개추위(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나,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뚜렷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반론을 전하자, 그는 "그때도 다 나왔다"며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주장했던 분들도 있는데 그때는 검찰이 민주당의 말을 잘 들을 때라 수사 역량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6대 범죄에 대한 수사는 검찰에 준 거다. 마음만 먹었으면 6대 범죄 수사를 뺏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 사이에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자기 6대 범죄 수사권을 뺏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 이유는 자명하다. 이재명 상임고문과 민주당 실세들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수사권만 폐지하고 중수청은 3개월 후에 다시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나"라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납득할 만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가사법체계 근간을 바꾸는 법안을 한 달 만에 졸속으로 처리하는 예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2년 전 검찰개혁이 완성됐다고 했으면서 왜 입장이 달라졌는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와 닿는 설명이 없다며 "국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민주당 우리만 살면 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검수완박이 대장동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형 수사 경험이 많고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역할이 필요하다며 6대 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해 놓은 것 아니냐"며 "그런데 대장동 수사를 앞두고 그 필요성이 없다고 한다면 1, 2년 만에 했던 말을 식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아하다"고 쏘아붙였다. 졸속 입법이라며 "기획된 쇼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평가절하도 했다.
그는 또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5월 3일까지 뭐가 준비되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서 민주당이 재미 본 적도 없고 이번에 재미 볼 일도 없을 거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한 세간의 비판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거악과 싸우는 데 있어서 공수처라는 급조된 조직을 만들었는데 성과가 안 나온다", "이런 것들이 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 모순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