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이가 들수록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요. 사회생활을 한 지 20년이 지나니 지인들은 많아지는데 정작 내 속 얘기를 나눌 만한 사람이 없어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무래도 서로 갈등을 피하려다보니 가식적인 대화를 할 때가 많고, 학창시절 친구들은 점점 연락이 뜸해져요. 가족들에게는 짐이 될까 봐 이런 마음을 털어놓기가 꺼려지네요. 박명희(가명·47·직장인)
A. 이번 주 추천 콘텐츠
텀블벅 프로젝트- 로그인유니버스의 '징징권'
사회생활은 참 쉽지 않죠. 우리는 사회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집에서는 누군가의 배우자 혹은 부모 혹은 자녀, 회사에서는 과장 혹은 대리 등. 모든 직책과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감정, 생각 등 진짜 내 모습은 숨기게 되기 일쑤죠. 또 요새는 워낙 모두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내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도 그저 '징징대기'로 치부될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프로예민러(특별히 예민한 사람)'라는 수식어가 붙을까 봐 신경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심리학계에 따르면 마음을 달래고 살피는 것은 참 중요한데요. 그 중 한 방법으로 믿을 만한 상대에게 자신의 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게 있습니다. 상담 기법으로 '환기(ventilation)'라고도 합니다. 방에 공기가 탁할 때 나쁜 공기를 내보내고 새 공기를 들어오게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힘들고 속상한 일, 혼자서만 속으로 삭여 왔던 일 등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실컷 하소연함으로써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치료법이죠.
문제는 누구에게 털어놓느냐는 건데요. 명희씨 얘기처럼 그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체면을 신경써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죠. 여기 그런 현대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프로젝트 팀인 '로그인 유니버스'의 '징징권' 프로그램입니다. 크라우드펀딩(공익 활동 목표로 온라인에서 익명의 다수로부터 받는 기부) 사이트 텀블벅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징징거리고 싶을 때 팀 메일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데요. 한 달 동안 24시간 언제든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내면 됩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한 주를 응원하는 응원의 에세이가 메일함에 도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면 '징징 빅데이터'를 모은 '징징 차트'가 배송됩니다. 주최 측에서 보내준 표에 따르면 기자는 3월에 주로 오후 7~9시에 가장 많이 징징거렸고, 일주일 중 월요일과 화요일에 가장 많이 메일을 보냈습니다. 또 '싫다'는 감정이 느껴진 핵심 단어는 '잔소리'와 '비교하는 말'이었고, '좋다'는 감정이 느껴진 핵심 단어는 '요가'와 '명상', 그리고 '격리 해제'였어요. 기자가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귀찮음', '속상함', '피곤함' 등이었네요.
어떠신가요. 실내 공기 오염도를 개선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징징권'을 추천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