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보복수사 걱정'이 죽어가던 검수완박 살려냈다

입력
2022.04.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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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독점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 vs “개혁은 하지만 방법ㆍ시기는 숙고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큰 산을 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검찰 수사권을 떼어낸다’는 개혁 총론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입법 시기, 내용, 방법 등 각론을 놓고 당내 의견이 팽팽히 갈린 것이다. 어쨌든 당론이 정해진 만큼 이제 목표는 ‘4월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는 여느 때와 달랐다. ‘검찰 선진화 방안’으로 명명된 검찰개혁 법안을 그저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일치된 의견, 즉 당론으로 채택할지 말지를 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분열된 여론을 반영하듯, 민주당 안에서도 일부 당 지도부와 검찰개혁 강경파는 “4월 중 처리에 이견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의총에서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장 지도부 안에서도 파열음이 났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본격 토론에 앞서 “1953년 이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사실상 견제 없는 권력을 향유해왔다”며 “이제 개혁해야 할 때”라고 입법 강행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직후 발언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지는 등 실리를 잃을까 걱정된다”며 검찰개혁에는 동의하되, 방법과 시기는 좀 더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회의는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격론이 오갔다는 방증이다. 토론에 참여한 약 20명 의원 중 3분의 1가량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입법화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법 시행을 3개월 미루고, 검찰에서 떼어낸 수사권을 이관할 대상에 관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하는 등 여지를 남겼다.

한풀 꺾였던 '검수완박'... 대선 패배 후 재부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ㆍ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2019년 12월 공수처법을, 이듬해 말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로 한정하는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생과 거리가 먼 ‘검찰 힘 빼기’에 당력을 집중하는 민주당에 ‘입법 독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민주당이 지난해 4ㆍ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검찰개혁 목소리는 잦아드는 듯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도 검찰개혁 의제를 굳이 부각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으로 남을 것 같던 검찰개혁이 정치권의 핵으로 재부상한 건 민주당이 대선에서 지면서다. 강경파 의원들은 ‘미완의 개혁’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도 때맞춰 ‘즉시 입법’을 압박했다.

윤석열 정부의 ‘보복 수사’ 우려도 불안감을 키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탈(脫)원전 반대 직원 사직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등 검찰이 다시 ‘정권 맞춤용’으로 변신할 조짐이 엿보였다. 새 정부 출범 후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줄 리 역시 만무했다. 검찰의 집단반발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 입장으로 기우는 데 쐐기를 박았다. 기득권 유지에 골몰하는 검찰의 행태가 역으로 개혁 필요성을 제대로 입증했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