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칸데르 vs 천궁

입력
2022.04.12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먼 이국의 남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지지를 표시한 데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 국회에 군사지원까지 호소했다.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무기 지원 요청에 “살상 무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미국마저 우리 정부에 군사지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서욱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투기ㆍ미사일 격추를 위한 대공 무기 지원을 요청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다. 우크라이나에서 요청한 무기는 저고도 항공기 요격이 가능한 신궁으로 알려졌다. 신궁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처럼 휴대용이라 러시아 공습을 차단할 최적의 단거리 대공 무기라는 평가다. 미국이 재블린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팅어 미사일 또한 휴대용 대공 유도 무기다.

□ 우크라이나가 중거리 대공 미사일인 천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러시아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하지 않고 장거리 유도탄을 발사하는 상황이라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단거리 대공 무기보다 중장거리 대공 미사일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더구나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천궁Ⅱ의 경우 KN-23 등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LIG넥스원에서 생산하는 무기체계다.

□ 천궁Ⅱ는 올 초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성가를 확인했다. UAE가 천궁 수입을 결정한 배경도 우크라이나 사정과 다르지 않다. 적대국인 이란의 미사일 체계가 북한과 비슷한 상황이라 북한 미사일을 겨냥한 한국의 방어용 무기체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남북의 무기체계가 한반도 밖에서 이미 대결하는 양상인 셈이다. 우리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요청을 거절했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실전에서 남북 무기가 교전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김정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