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날인 5월 9일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즉시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공언한 윤 당선인을 '배려'한 결정이다. 신ㆍ구 권력의 껄끄러운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1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 저녁 청와대를 떠난다. 9일 자정까지는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지만, 몇 시간 먼저 청와대를 비워 주는 것이다. 9일 밤은 서울 모처에서 지내고,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역에서 울산까지 KTX로 이동한 뒤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로 향할 것이라고 한다.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이 마지막 밤을 어디서 보낼 지는 그간 대통령 당선인과의 조율을 통해 결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첫날 아침을 청와대에서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점을 감안한 이 전 대통령의 배려에 따른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오후에 청와대를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삿짐을 미리 옮길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저가 서울에 있어서 무리가 없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날 자정이 되기 전 서울 사저로 향했다.
서울에 거처가 없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미리 비워 주는 쪽을 택했다. 윤 당선인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5월 10일 청와대 전면 개방'을 약속한 것을 ‘퇴거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청와대 일각엔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