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부터 3개월간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소비자가 곧바로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 유통구조상 추가로 내려간 유류세가 실제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2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유류세 인하가 5월 1일부터 3개월 연장되고 인하폭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일 치솟는 국제유가를 감안한 조치다. 정부가 7개월 이상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류세는 소비자가 휘발유·경유와 같은 유류를 살 때 지불하는 간접세인데, 석유 제품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국내 휘발윳값의 60%는 유류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유류세 비중은 평균 62.8%에 이른다. 이처럼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국제유가가 10% 급락해도 실제 소비자 가격 하락 폭은 4%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유가가 고공행진할 때는 유류세를 낮추는 게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빠른 길인 셈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로 확대되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현재 L당 656원(유류세 20% 인하)에서 573원으로 83원 줄어든다. 이는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기름값도 83원 내려간다.
다만 내달 1일 소비자가 바로 기름값 인하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는 1만1,000여 개의 주유소가 있는데, 이 중 9,000여 곳(82%)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일반주유소다. 일반주유소는 정유회사에서 기름을 사오는데, 애초 유류세 20% 인하를 적용받아 기름을 들인 터라 기존 재고를 털기 전까진 가격을 내릴 수 없다. 기름 탱크에 채운 재고를 모두 소진하는 데 2주 정도 걸리는 만큼 업계에선 대략 5월 둘째 주부터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 걸로 본다.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를 결정한 지난해 11월 둘째 주의 휘발윳값은 L당 1,806원이었는데,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기름값이 내려간 건 2주 뒤인 넷째 주(1,687원)부터였다.
반면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770여 곳)는 유류세 추가 인하 시행 즉시 기름값을 낮출 예정이다. 대한석유협회 등 석유 관련 단체들도 이날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가 신속하게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일반주유소도 자기네만 가격이 높으면 손님을 뺏기기 때문에 유류세 추가 인하를 최대한 빨리 반영하기 위해 재고 관리를 할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