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디지털 업체들이 회사를 대표하는 고급 플래그숍을 속속 한국에 개설한다. 지난 9일 애플이 서울 명동에 플래그숍 애플 스토어를 개장한데 이어 덴마크의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B&O)도 서울 압구정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제품 플래그숍을 열었다.
B&O는 12일 서울 압구정동 플래그숍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운영 방안을 밝혔다. 이번에 문을 연 플래그숍은 419제곱미터(약 126평)로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B&O가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매장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이 곳에는 97년 역사를 가진 B&O의 기술과 디자인이 결집된 TV, 오디오 기기 등 초고가 제품들이 전시돼 체험해 볼 수 있다.
이 곳에 전시된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식의 8K TV '베오비전 하모니'다. 가격이 무려 9,230만 원이다.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가리고 있는 스피커가 나비 날개처럼 펼쳐지며 화면이 위로 올라온다. B&O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는다"며 "TV를 껐을때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독특하게 작동하는 스피커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에 1대 뿐인 레코드판(LP) 재생용 턴테이블 '베오그램 4000'도 선보인다. 이 제품은 1972년 야콥 젠센이 디자인한 턴테이블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를 최신 디지털 부품으로 만들었다. 여동희 B&O 한국마케팅 총괄 이사는 "한국의 플래그숍 개장을 위해 특별 제작한 제품"이라며 "다음달 서울옥션의 경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며 시작 가격은 스탠드 스피커 1조를 포함해 4,5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이 곳에 도입한다. 비스포크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 주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크리스토퍼 포울슨 B&O 수석부사장은 "TV, 오디오, 스피커 등의 제품을 색깔, 크기 뿐만 아니라 나무, 가죽, 알루미늄, 대리석 등 소재까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며 "가격은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주문 후 별도 제작하기 때문에 제품 전달까지 3~7개월 걸린다"고 말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베오사운드 세이프'라는 스피커다. 마치 타일처럼 이어 붙이는 이 스피커는 최대 120개까지 연결해 벽면 전체를 덮을 수 있다. 가격은 8개 기준으로 790만 원이다. B&O 관계자는 "앰프 1개에 스피커 4개가 연결된다"며 "앰프 역시 스피커와 모양이 똑같아 120개 중 앰프 30개가 숨어 있으며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1조에 1억4,900만 원인 '베오랩 90' 스피커, 129만9,000원에 판매하는 헤드폰 '베오플레이 H95', 27만9,900원에 나온 블루투스 스피커 '베오플레이 익스플로러' 등을 전시 판매한다. 또 1972년에 나온 턴테이블과 1996년 생산된 CD 플레이어 등도 전시해 놓았다. 스탠코 밀류세프 B&O 아태지역 지사장은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어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숍을 개장했다"며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이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매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