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략해 '민간인 대학살'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공분의 대상이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추종 세력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 '광팬'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졌으며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현지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와 함께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친(親)푸틴 그룹'을 조사한 결과, '자유세계의 지도자 푸틴'과 같은 이름을 가진 10개의 그룹을 확인했으며, 이 그룹은 총 65만 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콘텐츠는 영어와 러시아어를 비롯해 아랍어, 페르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푸틴 관련 사진과 글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이들은 1만6,500개의 게시물을 올렸으며 360만 개 이상의 상호작용('좋아요', 댓글로 반응)을 받았다.
이 그룹의 목적은 푸틴을 홍보하는 것이다. BBC는 "푸틴을 국제적으로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동시에 서방 세력에 맞서는 영웅으로 홍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들은 푸틴이 당당하게 걷고, 강아지를 안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친근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한다. 또 군인들에게 경례를 하거나 곰, 사자 같은 야생동물들을 타고 있는 사진도 올린다.
이러한 활동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10만 명 이상의 새로운 회원을 확보했다고 BBC가 전했다.
푸틴의 '광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중복 계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D는 적어도 100개의 계정에서 이러한 특징을 발견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그룹 관리자들에겐 비정상적인 활동이 감지됐다. ISD에 따르면 자신의 위치가 시리아라고 밝힌 마린이라는 여성은 3개의 별도 계정을 사용했다. 아랍어로 된 이들 계정은 매일 같은 시간에 게시물을 내걸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의 빅토리아라는 여성도 2월 24일 이후 게시물들이 3만4,000건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4,000번 이상 공유됐다. 이들의 게시물은 여러 그룹에서 널리 공유된다.
하지만 계정 뒤에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기란 어렵다고 BBC는 전했다. 잘 알려진 다른 러시아 허위 정보 콘텐츠들과 달리 미묘하지 않으며 관계있는 사람들도 그들의 의도를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BBC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러시아 당국과 러시아 내부의 친푸틴적 요소와 일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보도했다.
푸틴을 향한 이상스러울 정도의 관심은 페이스북 '가짜' 계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계정은 2월 말 침략 직후 사칭으로 삭제될 때까지 300만 명 정도의 팔로어를 자랑했다. 이 중 70만 명 이상은 해당 계정이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언급하던 시기 동안 가입했다.
가짜 계정은 침공 이후 목표가 '평화 유지'라고 선언한 글을 올렸는데, 이 게시물은 20만 회 이상 공유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짜 계정이 친푸틴 그룹의 운영자들과 상호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는 삭제된 가짜 계정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이 계정은 러시아와 라트비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들 광팬들의 계정은 크렘린에 대한 지지를 국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비옥한 땅"이라며 "이들 계정이 삭제되지 않는 한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에 대한 외국의 대중적 지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