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먹튀 우려에 "쌍용차 인수로 국민적 신뢰 높이겠다"

입력
2022.04.11 17:00
쌍방울, 인수 사전의향서 제출...KH그룹과 컨소시엄
쌍방울과 KG그룹 모두 전기차 비전은 없어

쌍방울그룹이 11일 "쌍용차 인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이다”며 다시 한번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자금난 지적과 쌍용차 인수 참여로 주가를 띄워 차익 실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먹튀' 논란까지 감안된 행보로 읽힌다.

쌍방울그룹은 이날 계열사인 광림을 통해 발표한 호소문에서 “남산 그랜드 하얏트 와 알펜시아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KH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며 “쌍용차 인수를 계기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모범이 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쌍방울그룹은 이어 “쌍용차 인수와 관련한 최근 시장 일각의 풍문 등으로 기업의 명예와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쌍용차 인수 작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방울그룹은 이날 쌍용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사전의향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실패 이후 재매각에 나선 쌍용차의 첫 공식 인수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쌍방울그룹은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현재 약 4,500억 원 수준의 인수자금 조달 준비를 마쳤고, 추가 자금은 유상증자 등의 방식을 활용해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며 "지금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쌍용차 내부 기류에선 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쌍용차 인수전에 합류한 쌍방울그룹보단 KG그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KG그룹의 경우 올 하반기 자회사인 KG ETS의 폐기물 사업부 매각대금으로 받는 5,000억 원에, 그룹 사내 유보금(3,600억 원)까지 합치면 8,000억 원 정도를 인수자금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에선 쌍방울그룹이 주식 먹튀 논란을 일으킨 에디슨모터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자금력을 갖춘 KG그룹이 인수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쌍방울그룹과 KG그룹 모두 전동화 사업에 뚜렷한 비전이 없다는 점에선 인수 이후에도 쌍용차의 정상화 과정엔 험로가 예상된다.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건 가운데 쌍용차도 이 같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 인수를 통해 쌍방울그룹에선 소방차나 제설차 등 특장차 사업에 특화된 광림과 시너지를, KG그룹은 철강재 생산 계열사인 KG스틸과 각각 협업을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는 계열사 이름을 에디슨EV로 바꾸면서까지 전기차 전환을 내세웠지만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은 이에 대한 비전도 기술도 없는 상태다”며 “인수 이후 전동화 사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쌍용차의 장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