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일본의 성인 연령이 종전 20세에서 18세로 낮아졌다. 그러나 일본 사회 일각에선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새로운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18, 19세가 성인비디오(AV) 출연을 강요받는 피해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미성년자의 AV 출연 폐해는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될 만큼 뿌리 깊은 민생 사안이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AV업체의 꼬임에 넘어가 계약했을 경우 ‘미성년자 취소권’에 따라 파기할 수 있지만, 이제 법의 보호에서 제외되면 안전장치가 무장 해제되는 셈이다. 시민단체·야당의 주장에 연립 여당이 호응하면서 법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11일 NHK 보도에 따르면 자민·공명당은 새롭게 성인이 된 18, 19세의 AV 출연 피해 관련 입법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성년자 취소권’ 같은 권리를 18, 19세에도 인정할지 여부와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담 체제를 갖추는 등 지원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
앞서 성인 연령 변경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시민단체와 야당은 정치권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긴급대책 패키지’의 골자는 △피해 방지 교육·홍보 △피해자 보호 법·제도 철저히 주지 △업체의 자율 규제 등으로 실효성 있는 내용이 없었다. 이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달 1일 내각부에 긴급 입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자민당에서도 호응하는 의원이 나와 개정 작업 팀을 구성키로 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인 팝스(PAPS)와 ‘휴먼라이츠나우’ 등에 따르면 일본의 AV 업체는 보통 ‘모델이나 배우가 되도록 해준다’며 여성을 유혹한 뒤 계약으로 유도한다. 거절하면 다수의 남성이 둘러싼 채 ‘위약금이 든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계약을 강요한다.
한번 계약이 성립하면 강요에 따른 강제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해자는 증거가 남는 문자메시지 대신 전화나 대면으로 위협하며, 피해자에게 ‘힘내겠다’ 같은 가해자에게 유리한 문자를 보내라고 요구한다. AV 출연 계약서에 서명 날인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증거를 남기고, 서명란 옆에 ‘촬영이 기다려집니다♥’ 같은 문구를 쓰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촬영 시에도 피해자는 복수의 남성들에 둘러싸여 공포 속에 촬영하지만, ‘정당한 계약’에 따른 ‘합법 AV’로 판매되는 것이 AV산업의 현실이라고 단체는 호소했다.
입헌민주당의 오가와 준야 정조회장은 “한번 출연을 강제당하면 평생 기록을 지울 수 없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입법 작업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