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 집단항명 명분 삼아 '검수완박 직진' 굳혔다

입력
2022.04.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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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사청 세워 6대 범죄 맡기는 안 검토
오늘 의총서 언론개혁 당론 여부도 논의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 완전 분리(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단독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집단 항명 움직임을 명분으로 삼아 검수완박을 위해 직진하는 모습이다. 현재 검찰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수사권을 마저 떼어내 경찰이 아닌 특별수사청 등 별도 기관을 신설해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원내 지도부는 11일 장시간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6·1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검수완박 강행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고심한 지도부는 최근 검찰의 집단 항명을 '입법부에 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4월 임시국회 중 검수완박 입법 처리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5월 10일) 이후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전에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공개 반발로 민주당의 퇴로가 끊긴 셈이 됐다"면서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는 지지층 표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지층이 요구하는 검수완박 처리가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원내 지도부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은 물론 기타 범죄 수사권도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기타 범죄도 '보완 수사' 규정 등을 활용해 수사하고 있다.


특별수사청 세워 6대 범죄 맡기는 방안 검토

검찰로부터 떼어낸 6대 범죄를 어디에 맡길지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별도 기관 신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같은 특별수사청을 만들었을 때 수사권 남용이 없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수사권을 경찰에 몰아주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상호 견제가 될 것이란 의견이 더 많다"고 했다.

특별수사청 등 기관 신설은 검수완박 입법과는 별도로 추가 논의를 거쳐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의 정부조직법 개편안 발의와 함께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해선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민의힘과 특별수사청 신설안을 두고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선(先) 검수완박, 후(後) 특별수사청 설립'을 추진한다면, 특별수사청 출범 이전까지 6대 범죄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수완박은 4월 국회에서 처리하더라도 개정법 시행 시점은 특별수사청 설립 이후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의원총회에서의 의원들의 반응도 남은 변수다. 검수완박을 강행하기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아서다. 이소영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원회 회의에서 "검찰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이 동의하고 공감하는 모습일 때만 개혁이 실제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고 제도가 안착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당론 채택 여부도 논의

한편,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가짜뉴스 규제 등 이른바 언론개혁 법안의 당론 채택 여부도 논의한다. 언론개혁 과제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내용은 제외하자는 의견과 검찰개혁 추진으로 '입법 독주' 비판이 불가피하다면 징벌적 손해배상도 함께 처리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