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경제안보정책 체크리스트

입력
202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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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과 코로나 확산으로 경제안보가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됐다. 경제안보는 과거에는 사회 질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저소득층 생계 지원의 필요성, 혹은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안정이 국가안보의 주요한 토대라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안보는 주로 공급망 안정성과 수출규제, 첨단기술 확보 등의 내용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공격적으로 경제안보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여타 국가들도 이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흐름을 형성해 왔다. 곧 출범하게 될 새 정부에서도 경제안보가 주요한 정책 어젠다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안보에 관해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경제안보 이슈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다루어야 하며 경제안보 거버넌스는 어떻게 구축되는 것이 적절한지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중국 자본의 미국첨단기업 인수합병 제한, 대중 수출규제, 미중 간 연구인력교류 제한, 전략산업 공급망 안정성 확보, 자국 첨단기술투자 증대, 기술과 가치를 아우르는 동맹 강화 등을 주요 경제안보 이슈로 설정해 왔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와 국가안보보좌관 및 국무부가 중심이 되어 경제안보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여기에 상무부, 무역대표부, 재무부, 국방부 등이 경제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내놓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대중 견제의 톤이 지속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미국 상무부 거래제한기업 명단에서 중국기업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였다. 현재 반도체를 위시하여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부문 중국기업 400여 개 이상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 재무부 또한 중국 군을 돕거나 인권탄압에 공모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약 60여 개 중국기업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인들의 해당 기업에 대한 금융지분 취득을 금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무기나 방위산업에 직접 관련되는 기술뿐 아니라 국방에 영향을 미치는 신흥 및 기초기술 부문도 국가안보를 위한 규제에 포함시켰다.

경제안보는 얼핏 잡아 보아도 공급망 기술 통상 투자 사이버 국방 외교가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경제안보 정책의 효율적 형성과 집행을 위해 경제안보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제안보의 범위는 더욱더 넓게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경제안보가 여러 부처를 아우르는 이슈를 포함하기 때문에 각 부처 간 협력이나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용이하게 이끌 수 있는 거버넌스의 모색이 절실하다. 새 정부에서 경제안보의 성공적 수행 여부는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을 진행하며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제도의 마련과 운영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정한 부처가 구심점이 되어 경제안보를 주관하는 것, 총리실 산하 위원회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 중심이 되는 것 등 각각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경제안보의 범위 설정과 핵심 이슈 선정 및 경제안보 거버넌스 구축은 우리가 경제안보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일단 급하게는 전략 부문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여 발등의 불을 꺼 가면서 미중 경쟁시대 우리의 경제안보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