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협박' 조양은 무죄... "보복 무서워" 피해자, 진술 중도 포기

입력
2022.04.11 11:50
피해자 법정진술하다가 말아
법원 "반대신문권 보장 안 돼"
진술 신빙성도 인정되지 않아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권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은 ‘양은이파’ 전 두목 조양은(72)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피해자가 출석을 계속 피하는 등 조씨 측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되지 않았고,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3년 지인이 돈 200만 원을 떼이게 되자 채무자를 지인에게 소개해 준 A씨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3시간가량 폭행하고, 성기를 담뱃불로 지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한 차례만 법정에 출석한 뒤 '보복이 두렵다'며 법원의 소환통지에 수차례 응하지 않았다. 법원은 조씨를 퇴정시킨 후 증인신문을 진행하도록 했지만, A씨는 55문항 중 27문항까지만 응했다. 조씨의 폭행수단과 방법에 대한 반대신문은 진행되지 못했다.

조씨 측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A씨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2심은 조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증인신문을 마친 뒤 퇴정한 조씨를 입정하게 해 법원사무관에게 피해자 진술 요지를 고지하도록 한 바 없어 절차상 위법이 있다"며 "공판기일 증인신문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신문 기회가 실질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폭행수단과 방식, 상해 부위 등에 대한 A씨 진술도 바뀌었다며 신빙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2심 재판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응하지 않았다. 다만 조씨에게 1,000만 원을 받아 합의했다는 합의서만 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도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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