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한 달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삼각 파도'에 직면해 있다. 집무실 용산 이전 일정은 여전히 빠듯하고 거대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당선 후 민생 행보가 가려져 역대 당선인들에 비해 취임 후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까지 낮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집권 초 국정운영 동력을 좌우할 변수들이라는 점에서 윤 당선인 입장에선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에 집무실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내부적으로 '현미경 검증'을 거쳐 내각 인선을 잡음 없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생을 돌보기 위해선 "현장에 답이 있다"는 기조하에 이번 주부터 국민과의 스킨십 확대에 나선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당선 직후부터 현재까지 최대 현안이다. 윤 당선인 본인이 이전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정치권 안팎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예비비 승인을 두고 청와대와 충돌했고,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현재 일정으로는 5월 10일 국방부 청사 입주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용산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만큼 최소한의 업무 공간만 국방부 건물에 우선 마련한 뒤 순차적으로 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일정 정도의 예비비를 확보한 만큼 나머지는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이달 중 예정돼 있는 한미연합훈련 등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윤 당선인은 10일 1차 장관 후보자 인사 발표에 이어 이번 주 중 내각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각은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강조해온 '공정'의 가치를 평가받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더욱이 원만한 내각 구성은 새 정부가 연착륙하는 동시에 임기 초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172석의 민주당이 인사청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경우 벌써부터 김앤장 고문료 등이 도마에 올라 험로가 예상된다. 새 정부 초대 내각 일부를 발표한 윤 당선인 측은 나머지 인선에 대해선 "시간이 좀 걸린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이 철저한 능력 중심 인선을 강조한 만큼, 도덕성보다는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청문 정국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인선과 청와대 이전 등으로 신구권력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민생 행보가 뒷전인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서울 남대문시장과 경북 울진군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했고, 명동성당의 무료급식소에서 배식 봉사를 하는 등 국민들과의 접점 만들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여론조사 결과(8일 발표 한국갤럽 56%)는 역대 당선인 가운데 가장 낮다.
윤 당선인은 이에 이번 주 대구·경북(TK)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민생 챙기기에 나선다. 이 같은 민생행보 강화는 취임 직후 진행될 6·1 지방선거와도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지역 현장에서 스킨십을 늘릴수록 대선 당시를 상기시키며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