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 바이킹과 21세기 전투기의 차이

입력
2022.04.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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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항공기 피아식별

히스토리채널의 정통 역사 드라마 '바이킹스'와 달리 '바이킹 따라잡기(원제 Vikingane)'는 2016년 노르웨이 NRK방송국이 제작한 시트콤 시리즈다. 8세기 말 노르웨이 노르헤임(Norheim)이라는 가상 마을을 배경으로 몇몇 바이킹 부족이 벌이는 전투와 생활상을 잔혹, 코믹한 설정으로 보여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 3에서 두 적대 부족이 동맹군까지 규합해 벌이는 대규모 백병전이 전개된다. 전투를 끝낸 뒤 시신이 즐비한 전장에서 한 초보 전사가 '다 똑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적과 우리 편을 구분하느냐'고 묻자 주연급 전사가 '마주 보고 있는 놈만 조지면 된다'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에겐 피아 식별 수단이 없었고, 무기 역시 칼과 도끼로 다들 대동소이했다. 웃기자고 만든 설정만은 아닐 것이다.

전투 제복이 보편화한 것은 근대 상비군제도가 시행된 이후다. 중세의 군대들도 대개는 영주와 기사급 직업군인이 아닌 한 평상복 차림으로 내전이나 원정을 떠났고, 영주나 왕국의 문장 깃발로 적과 아군을 구분했다. 무리가 엉켜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보면 적을 구분하기 어려웠고 무의미하기도 했다. '나'는 상대가 아군인 걸 알더라도 상대도 '나'를 알아보리라는 보장이 없어서였다.

주야불문 먼 거리에서 공대공미사일과 기총으로 대치하는 전투기들은 육안 식별과 별도로 피아식별장치(IFF)라 불리는 전파신호 감지 레이더 장치를 활용한다. 하지만 기계도 고장날 때가 있다. 걸프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94년 4월 14일 오전 이라크 아르빌 북부 약 56km 상공에서 미군 전투기 F-15C가 아군 헬기 UH-60 블랙호크 두 대를 열추적미사일 등으로 격추하는 사고가 빚어졌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로부터 비행금지구역 내 미확인 헬기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받고 출동한 전투기 파일럿은 육안으로 러시아제 전투헬기 MI-24라고 보고했고, 명령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오인 사고로 국무부 파견 이라크 쿠르드 연락관을 포함, 헬기 탑승자 26명이 숨졌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