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숱한 제재에도 러시아의 공격은 지속되고, 제재 포위망에도 구멍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시간 문제’라며 제재 효과를 자신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전략 변화 속에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발신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도, 방향을 바꾸게 만들지도 못하는 등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월 24일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경제ㆍ산업ㆍ금융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를 국제 외화 결제망에서 퇴출하고, 수출통제를 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가족과 핵심 측근 대상 개인 제재도 더했다.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망을 차단하는 등 돈줄도 옥죄고 나섰다.
그러나 러시아는 숱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 기차역 폭격 같은 잔혹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더 힐은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입해 왔고, 헝가리는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제재망 구멍을 지적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이 되레 증가하고 가격도 상승하면서 제재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금액이 3,210억 달러(약 391조 원)로 작년 대비 33%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제재 초기 급락했던 루블화 가치도 러시아 정부 개입으로 침공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 때문에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승리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백악관은 제재가 결국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자신한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전례 없고 파괴적인 이 제재 체제가 러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인내심과 전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재 영향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8일 브리핑에서 “(제재는)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에 자금을 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슬로바키아가 8일 러시아제 S-300 대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대신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슬로바키아에 제공하는 방식의 우회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대공시스템 1,400기,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5,000기, 드론 수백 대, 소형 무기 수천 개, 레이저 유도 로켓 시스템과 탄약 등을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3년간 국무부 유럽ㆍ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크레이머는 “충돌이 장기화하면 군대의 싸움 과정에서 낮은 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러시아군이 결국 약화할 것”이라고 더 힐에 밝혔다. 우크라이나에는 미국과 서방의 지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용병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약화한 러시아군은 제재로 인해 전력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