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생긴 공급 차질에 급등했던 국제 유가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봉쇄된 중국의 수요 감소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의 침체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10일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上海)의 신규 감염자 수(무증상·해외 유입 포함)는 총 2만4,952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상하이 통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상하이 봉쇄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봉쇄에 따른 일부 생산·물류 측면에서의 차질도 문제이지만, 정유나 통상업계의 시선은 중국발(發) 원유·원자재 수요 감소에 모아지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현재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비중을 감안할 때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더불어 또 다른 혼란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중국 비중은 2015년 24.13%에서 2019년 25.22%로 꾸준한 증가세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그만큼 가격의 등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코로나19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 원자재 등의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원유나 원자재 시장은 공급·수요 뉴스에 즉각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수요 감소는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 등의 하락세는 중국의 봉쇄로 인한 수요 감소 요인보단 늘어난 공급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등의 안정적인 공급이 불투명해지면서 급등했던 유가는 주요 석유 소비국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 장관급 이사회가 지난 1일 회원국에서 보유한 비축유 1억2,000만 배럴을 추가 방출하기로 결정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도 723만 배럴을 추가 방출하기로 결정, 지난해 12월 이후 총 1,482만 배럴을 방출하게 됐다. 비축했던 경유의 방출 물량도 약 60만 배럴 규모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L당 9.6원 내린 1990.5원, 서울 지역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8.9원 내린 L당 2049.7원이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빚어졌던 수급 불안이 IEA의 비축유 방출 등으로 어느 정도 공급 불안정이 해소되면서 유가가 약세를 보였다”면서 “다만, 비축유 방출의 효과나 중국의 코로나 관련 봉쇄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유가를 예측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인한 수요 감소 효과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수요 감소 효과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급 감소 효과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선 중국 봉쇄 조치 장기화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