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증 아이, 야단치기 보다 먼저 격려해야”

입력
2022.04.08 23:10
[전문의 건강 칼럼] 송상훈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

야뇨증은 낮에는 소변을 잘 가리는데 밤에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소변을 보는 증상을 말한다. 소변을 충분히 가릴 나이인데 1주일에 2~3회 정도 이불에 소변을 본다면 야뇨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린이에게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이지만 대처법을 제대로 아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야뇨증을 고치려고 아이를 혼내거나, 반대로 어린 시절의 통과의례로 여겨 증상을 방치하기도 한다.

야뇨증이 지속되면 자아 발달 시기에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성격 형성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흔하지만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야뇨증. 보호자의 관심과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야뇨증, 5세에서 15% 정도 발생

특별한 이상이 없는 만 5세 이상 어린이가 1주일에 2회 이상 잠자다가 소변을 보는 질환을 말한다. 5세 소아의 15%에서 나타나며 나이가 들면 점차 나아진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유발 요인이 있다. 잠자는 동안 방광이 가득 차 요의를 느끼면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야 한다. 하지만 성장이 상대적으로 느려 수면 중 각성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라면 이불에 소변을 보게 된다.

과민성 방광도 원인일 수 있다. 낮 시간에도 빈뇨나 절박뇨(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를 호소하는 과민성 방광은 수면 중 방광을 수축해 야뇨를 일으킬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 야뇨증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야뇨증 아이는 반드시 방광 기능을 살펴봐야 한다. 이때 직장에 변이 가득 차 방광을 자극하는 경우에도 과민성 방광을 얻을 수 있으므로 심한 변비가 있는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야뇨증 어린이에게 자주 관찰되는 증상으로 야간 다뇨가 있다. 잠자는 동안 소변 생성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상태로, 체내 수분 조절을 담당하는 항이뇨호르몬(바소프레신)이 부족한 게 원인이다.

정상 어린이라면 야간에 뇌하수체에서 항이뇨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소변 생산이 줄어든다. 덕분에 밤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야뇨증 어린이는 항이뇨호르몬 양이 밤에 그만큼 상승하지 않아 낮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변을 많이 생성하게 된다. 야뇨 증상이 심하거나 아이가 자연적으로 좋아질 때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야단치기보단 칭찬과 보상 줘야

야뇨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야뇨증은 아이의 잘못이 아닐뿐더러 또래 친구들도 흔히 겪고 있으며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가 이불에 소변을 봤다고 해서 야단쳐서는 안 된다. 야뇨증 어린이는 자기가 소변보는 걸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꾸짖는 건 야뇨증 해결에 도움이 안 되며 아이 정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벌 대신 칭찬이나 보상을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밤에 소변을 보지 않은 날에는 아이 눈에 잘 띄는 달력에 스티커를 붙여 아이를 격려해주는 등 의지를 북돋아주는 게 좋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저녁 식사는 되도록 이른 시간에 하는 게 좋다. 자기 전에는 목마르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마시게 하고 소변보는 것을 습관화한다. 기본적인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야뇨증 환자의 20%가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문의 판단 하에 야뇨 경보기(알람)를 이용한 수면 중 각성 훈련, 과민성 방광에 대한 약물 치료, 항이뇨 호르몬 보충 치료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치료는 야뇨증 환자의 70~80%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뇨증은 부끄러운 질환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을 잊지 말고 아이와 보호자가 서로 노력하면 좋은 치료 경과를 얻을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