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이 국제적 멸종위기종 침팬지를 동물쇼를 하는 인도네시아 동물원으로 반출한다는 한국일보 보도 이후 시민과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서울대공원에는 침팬지 반출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빗발쳤고, 서울대공원을 규탄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동물원은 각종 동물을 쇼에 동원하면서 동물학대로 비판받고 있다. 현지 동물단체는 동물을 위해 방문하지 말아야 하는 곳으로 소개한다.
기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10년 넘게 사육해온 침팬지 광복(13세), 관순(10세)을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곳으로 보내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또 다른 체험동물원으로의 재반출 가능성, 광복과 관순으로부터 태어난 개체의 쇼 동원 여부에 대한 질문도 담았다.
1주일 만에 서울대공원으로부터 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해당 기관은 침팬지를 이용한 동물쇼를 하지 않고 있고, 광복과 관순을 동물쇼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반출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침팬지 반출 민원에 대한 준비된 답변의 '복붙(복사해 붙임)' 수준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서울대공원 블로그를 보니 ‘번식이 가능한 나이의 남매 사이라 각각 혼자 지내고 있다. 침팬지는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반출을 진행한다’고 쓰여 있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서울대공원은 2020년 관순에게 피부 이식형 피임제인 '임플라논' 시술을 했고, 남매는 함께 지내고 있다. 둘의 사이에도 문제가 없다. 반출 당위성의 근거로 든 사실이 틀린 것이다.
침팬지 반출을 포함, 서울대공원의 전반적인 동물 반출입 현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공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공원은 2019년 광복과 관순, '벌거숭이두더지쥐'라고도 불리는 네이키드 몰렛 8마리를 반출하는 대신 벨라루스의 동물원으로부터 아드바크 2마리를 반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키드 몰렛은 어디로 반출됐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계약은 한 동물매매 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졌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동물매매 중개업체에 동물 반출입을 의존해온 관행은 이미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201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 21마리를 대구와 부산 체험동물원에 보낸 거래 역시 동물매매 중개업체에 의존한 결과였다.
노 의원으로부터 받은 2019~2021년 동안 서울대공원의 동물 반출입 현황을 보면 더 심각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이 기증, 임대, 교환을 통해 동물을 보낸 63곳 중 26곳이 만지기, 먹이주기 등 체험을 한다고 공공연히 밝힌 동물원이었다.
서울대공원의 개체 수 조절 실패는 결국 고스란히 동물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거짓과 변명으로 '내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동물 반출입 관행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제대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