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영상 업체인 바이트댄스의 15초 동영상 서비스인 '틱톡'의 성장세가 무섭다. 특히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 문화를 주도하는 10~20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으로 자리하면서,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구글과 메타(페이스북 운영사) 등에도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최근 올해 틱톡의 광고 부문 매출이 116억4,000만 달러(약 13조6,000억 원)로 전년(38억8,000만 달러) 대비 무려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경쟁사인 트위터(55억 달러)와 스냅챗(48억 달러)의 매출 전망치를 합친 규모보다 많다.
매출보다 눈에 띄는 건 이용자 수 증가세다. 2018년 5,500만 명이었던 틱톡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10억 명을 넘어섰다. 이용자가 3년 만에 20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틱톡의 급격한 성장 배경엔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대의 콘텐츠 소비성향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시청 가능한 짧고 간단한 콘텐츠 선호도에 맞춤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상이 짧기 때문에 촬영이나 편집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다.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트렌드의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소비자데이터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10대는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즈, 틱톡 등 쇼트폼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5.5%,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8.9% 등으로 집계됐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틱톡의 영향력은 특히 음악에서 눈에 띈다. 틱톡은 타 플랫폼과 달리 응용소프트웨어(앱)를 켜는 순간부터 음악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사운드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앱을 켜는 순간부터 다양한 음악에 이용자들을 노출시키는 꼴이다. 음반 판매량 조사기업 MRC 데이터에 따르면, 75%의 틱톡 사용자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63%가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틱톡에서 접한다고 답했다. 각종 '챌린지'와 '역주행' 등 틱톡은 기성 아티스트에게 신곡 홍보의 장이자, 신인 아티스트에겐 얼굴을 알릴 무대로 자리한 형국이다.
음원업계와 방송사 등 기성 플랫폼에서도 틱톡 데이터를 활용하는 '역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음원 플랫폼 멜론은 지난 8일 '틱톡 주간 차트 30'을 신설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지난해 6월부터 국내 대중음악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에 틱톡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 KBS의 음악 프로그램인 뮤직뱅크도 지난 2월부터 'K차트' 순위에 가온차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음악 외에도 뮤지컬과 패션, 영화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틱톡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는 지난 1월 전래동화 '심청전'을 뮤지컬로 각색해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난해엔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영화 '라따뚜이'를 주제로 만든 노래를 틱톡에 올리면서 주목받았다. 이 덕분에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이를 뮤지컬로도 제작했다.
짦은 동영상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화계와 출판업계도 틱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는 틱톡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 레드카펫, 백스테이지, 인터뷰 등 다양한 영상을 틱톡에서 공개하고, 틱톡단편영화제를 신설해 30초~3분 이내의 짧은 영상 중 그랑프리를 시상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틱톡에서 책 리뷰 영상과 함께 해시태그(#booktok)를 사용하는 게 트렌드인데, 해당 해시태그 영상의 총 조회 수가 460억 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실제 2017년 출판된 청소년 소설 '우리는 거짓말쟁이'는 지난해 틱톡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4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틱톡의 급성장세에 구글(유튜브)과 메타(인스타그램) 등 경쟁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틱톡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광고 매출 감소가 현실화한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에 따르면, 만 18∼24세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한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였는데, 유튜브를 선택한 응답자는 지난해 1분기 45%에서 올 1분기에는 35%로 감소한 반면 틱톡을 꼽은 비율은 22%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유튜브의 매출은 68억7,000만 달러(8조7,000억 원)로, 시장 예상치(75억1,000만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페이스북 이용자 수 감소 원인으로 틱톡을 지목하면서 "틱톡은 이미 강력한 경쟁자로 커졌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