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 그룹이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뜻을 밝힌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 '후안무치'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하며 공개 비판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 전 대표의 조기 복귀에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며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소속 이사진은 6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 전 대표의 명분도 가치도 없는 내로남불식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사장인 도종환 의원을 비롯, 강병원∙고영인∙김영배∙김종민∙맹성규∙신동근∙이광재∙정태호∙최인호∙최종윤∙한병도∙홍영표 의원 등 친문계 의원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송 대표가 대선기간 '86용퇴론'을 주장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퇴 선언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송 전 대표의 오판은 자칫 민주당 전체를 오만과 내로남불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직격했다. 또 "'인물 부재론'이라는 아전인수격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국민은 이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이끈 직전 당대표를 향한 비판치고는 상당히 강도 높았다.
이들은 "대선 패배는 민주당 전체, 이재명 후보, 문재인 정부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모두가 근본적인 반성과 함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민주당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에게는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대열에 혼선을 주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입장문 발표에 참여한 한 의원은 "당 분위기가 '송 전 대표를 앞세워서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쪽이었음에도 출마를 강행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송 전 대표의 조기 등판 배경에는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송 전 대표의 행보로 친이재명계와 친문계 등 비이재명계의 계파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지역 의원 다수가 우려를 표한 데 이어 친문계 의원들의 집단 반대에도 송 전 대표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로 주소지를 옮긴 그는 이날 자신과 친분이 있고 출마를 응원하는 일부 서울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7일에는 민주당 중앙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모에 정식으로 등록할 예정으로 경선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