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그린스마트스쿨 심사 과정에서 평가에 나선 전문가의 의견이 5대 5로 양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그린스마트스쿨은 오래된 학교 시설을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맞는 저탄소·스마트 교실로 고치는 프로젝트다. 일단 예타는 통과했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았다는 뜻이라, 새 정부에서 사업의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그린스마트스쿨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 사업을 평가한 전문가 의견은 ‘사업 시행 5, 미시행 5’로 갈렸다. 이 중 최댓값과 최솟값을 제외한 8명의 종합평가(AHP) 점수는 0.575로 예타 통과 기준인 0.5를 간신히 넘겼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18조5,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데, 이 중 2021년 사업은 예타 면제를 받았고 2022~2025년 진행할 12조6,514억 원 규모가 예타 대상이 됐다.
당초 교육부는 중앙정부 재정으로 4년간 예산의 30%(4년간 3조7,954억 원)를 투입하고, 나머지는 교육교부금 등 지방비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했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국비만 5,194억 원에 달한다.
심사 평가자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만큼 보고서에는 사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렸다. AHP 점수가 일반적인 예타 기준보다 높은 수준(0.58)을 넘지 않을 경우, 평가위원회는 관련 사업 추진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회색 영역’으로 판단한다.
KDI는 “평가자 구성이 달라진다면 현재의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는 수준”이라며 “의견이 갈릴수록 회색 영역을 넓게 설정하고 결론을 내릴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평가에 나선 다수 전문가들은 그린스마트스쿨이 ‘준비가 덜 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국가 전략에 부합하고, 오래된 학교 건물을 고칠 필요성도 있지만 이 사업이 학교 교육 과정과 어떻게 연계될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평가자 A는 “경제적 타당성과 비용 효과성을 측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사업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평가자 F는 “통상적인 유지·보수·개선 사업과의 차별성에 대한 논리 제시가 미흡하다”며 “한 번에 많은 시설을 리모델링할 수 있을지,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마트스쿨은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도 사업 진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렸다. 여기다 예타에서도 힘을 받지 못하면서, 추경 편성을 위한 지출 구조조정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대상 학교 선정이 6월에야 완료돼, 공사비 전액을 집행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예산을 집행 가능한 수준보다 과다하게 편성한 뒤 이월하는 것은 효율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