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달러' 부자 아브라모비치, "100만 달러만 빌려줘"

입력
2022.04.06 10:48
서방 제재로 자산 동결된 푸틴 최측근
'직원 급여' 명목으로 할리우드·월가에 손 벌려
요청받은 사람들 대출 거부... "국제법 위반 소지"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얻어맞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꼴이 우습게 됐다. 영국 등 서방이 그의 자산을 동결하면서 가용 자금이 바닥난 탓인지 주변 부자들에게 직원 급여를 주기 위한 자금을 대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미국 및 영국 매체들의 보도가 나왔다. 아브라모비치의 요청을 받은 사람들은 자금 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 페이지식스와 영국 데일리미러 등은 5일(현지시간) 아브라모비치가 할리우드 감독 브랫 래트너 등에게 ‘직원 급여’ 목적으로 100만 달러(약 12억2,000만 원)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아브라모비치가 유력 친구들에게 100만 달러를 요청하고 있다”며 “(아브라모비치는) 주당 75만 달러가량인 직원 급여를 밀린 적이 없었으나 자산이 동결된 상태여서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10대 재벌 중 한 명이면서 영국 프로축구리그 첼시의 구단주다. 러시아 2위 철강업체인 에브라즈의 최대 주주이며 세계 최대 니켈 정제업체인 노릴스크의 지분도 상당수 가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6일 현재 그의 순자산은 약 141억 달러(약 17조2,100억 원)에 달하지만 서방의 전방위 제재에는 견딜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접근한 래트너 감독이나 국제 금융계 거물인 로스차일드 가문 등은 아브라모비치에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페이지식스는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래트너 감독은 코멘트를 거부했고, 로스차일드 가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황색지 더선은 “아브라모비치가 할리우드와 월스트리트, 기술 재벌들에게 접근했었다”고 보도, 그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페이지식스는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대출 거절이 “그들이 그만큼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거나, 아브라모비치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브라모비치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 ‘키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서방의 제재가 명시적으로 해제되지 않았을뿐더러, 언제까지 제재가 지속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혹시나 모를 ‘유탄’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