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승수 "일하다 보니 11년째 솔로... 백수나 한량 역 도전하고파"

입력
2022.04.06 09:49

로맨틱한 매력으로 '중년 박보검'이라는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배우 김승수. 지난 1997년 데뷔해 25년간 연기에 매진해온 그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연예계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배우다. 실제로 김승수는 낯간지러운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를 직접 만나보면 '롱런'에는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김승수는 "달라진 방송가 분위기를 느끼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수직적인 관계가 굉장히 수평적으로 변했어요. 예전엔 말도 안 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거친 욕설을 하던 관계자들도 이제는 없죠. 그런 사람은 아무 데서도 일을 못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제작진들도 훨씬 젊어졌고, 일도 합리적으로 하고 의견도 많이 나눠요. 그런 관계가 긍정적인 거 같더라고요."

그는 수평적 관계가 주는 다양한 이점에 대해 언급하며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의 연기가 너무 내추럴하고 좋아요. 예전엔 수직적 관계로, 주는 디렉션을 소화해 내는 것 밖에는 없었죠.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거든요."

괜히 뭔가 시도하려 했다가는 욕만 먹어 애초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은 컨텐츠의 퀄리티도 높아지고 다양한 캐릭터가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기간 연예계 생활을 한 그이기에 더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김승수는 쉼 없이 활동을 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를 동료들도 부러워 한다. 비결에 대해 묻자, "복이 있다"며 겸손을 표했다.

"어디 가서 '촬영 스케줄 많아서 힘들다' 그런 말을 절대 못해요. 가끔 촬영하다 보면 너무 힘들 때도 있는데, 저처럼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안 좋을 거 같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는 복이 있는 거 같아요. 할 때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요. 일할 때는 다른 거에 신경을 못 써서 연애도 좀 안되네요. 하하."

11년간 연애 못한 까닭은

최근 김승수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마지막 연애가 11년 전"이라고 고백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실화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맞다. 계속 혼자였다"고 답했다. "요리도 잘하고 이미지도 좋고 '일등 신랑감' 아닌가"라고 묻자 김승수는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긴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시선도 있다. '엄청 까탈스럽고 재나 보다' 생각하신다. 실제론 전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가 오랜 기간 연애를 못한 이유는 '일' 때문이라고 했다. 작품을 하는 동안 연애를 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고 예민한 상태라 '너그러운 연애'가 안되더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일하는 기간엔 연애를 하지 않는 편이란다. "작품 끝나면 생각해볼까 하고 미뤘는데, 막상 놀고 있는 시간들이 많지 않았어요. 복일 수도 있지만 연이어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가버린 거죠."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구혼을 해 수백 통의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김승수는 "'다시, 첫사랑' 드라마를 하고 반응이 좋았다. 그 당시 16개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기자분들이 '공개구혼이라도 해라' 하시더라. '그렇게라도 해야 되나'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 핸드폰으로 메일이 왔다고 신호가 뜨는 거다. 그날 하루만 800통이 왔다"라고 회상했다.

"그 이후에 다 합치면 2천 통도 넘을 거예요. 그중에는 호기심 어린 장난도 있었지만, 진지한 분들이 3분의 1이었죠. 저는 심각하게 몇 날을 고민했어요. '내가 뿌린 건 내가 거둬야겠다' 생각하고 답메일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유쾌하게 얘기가 나오다가 이런 상황이 됐다고 설명하고,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했어요. 꼬박 사흘이 걸렸죠."

백수나 한량 연기도 자신 있다는 김승수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그이지만, 아직도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있다. 제작진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주로 제안하지만 김승수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의외로 다양한 역할을 못했어요. 대부분 규격에 갇힌 사람들을 연기했죠. 직업이나 가정환경이 안정적인 역이 많았어요. 불안정한 역할도 하고 싶어요. 동네 백수 형이나 한량 같은 내추럴한 캐릭터요. 정말 잘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이제는 현장에서 대선배가 된 김승수. 자연히 무게감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많아요. 기분 나쁘진 않아요. 본인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제가 연기를 했으니까. 하하. 그런데 저는 전보다 더 힘들어요. 예전에는 잘 모르거나 실수하더라도 이해해 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100% 해내겠지' 하면서 저를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부담이 너무 커졌어요. 전보다 작품 시작할 때 잠을 더 못 자요."

만족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할까봐 두렵다는 그는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다. 연륜을 앞세워 허투루 임하는 법이 없다. 늘 좋은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끝으로 김승수에게 배우로서의 목표에 대해 질문했다. "큰 작품이든 작은 작품이든 제가 정신없이 푹 빠져서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일 같지 않고 너무 재밌어서 몰입하게 되는 그런 캐릭터요. 아직까지는 불안해하고 '이게 맞나' 고민하면서 임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꼭 그런 캐릭터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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