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인색한 日 정부 이례적...우크라이나 피란민 20명, 日 도착 ‘생활 지원’

입력
2022.04.05 14:55


우크라이나인 피란민 20명이 폴란드에 특사로 방문했던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함께 5일 오전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NHK와 민영방송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피란민들은 하야시 장관이 탄 일본 정부 전용기 외에 순차적으로 출발한 일본 정부 예비기에 탑승했으며, 전용기가 도착한 지 약 40분 후에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대부분 일본에 친족이나 지인이 있는 경우지만 인원 중 5명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이달 4일까지 404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일본에 왔지만, 연고가 없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야시 장관은 전날 폴란드를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들 20명과 사전에 만났다고 밝히고, “일본으로의 피란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지만 자력으로 이동 수단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멀리 떨어진 일본에서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피란민 중 일본에 친족 등이 있는 사람은 지인이 제공한 집에서 생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본 정부가 준비한 호텔로 이동한다. 일본어 교육 등을 받은 뒤 향후 지자체 또는 지원 의향을 밝힌 기업 등이 이들을 돕는다. 앞서 도착한 피란민 중에도 일본에서 살 곳을 구하기 어려워 지자체가 제공한 주택 등에서 거주하는 사례가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는 생활비, 의료비 등 생활 지원을 실시한다”며 “90일간 단기 비자를 제공하지만 장기 체재를 희망하면 취업이 가능한 12개월의 ‘특정 활동’ 자격도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일본어 교육, 취업, 취학 등 지원을 실시하고, 피란민 수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난민 인정률이 1%도 안 되는 일본에서 정부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적극 수용하자, 시민단체들은 다른 분쟁지역 난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NGO '난민을 돕는 모임' 회장인 오사 유키에 교수(릿쿄대 대학원)는 NHK에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에 의해 어려운 처지가 된 사람은 우크라이나 외에도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이번 이례적 조치를 계기로 분쟁지역 피란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