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러 제재 조치로 유럽 국가들이 압류한 러시아 재벌 소유 호화 요트가 각국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압류된 요트 가치가 총 3조 원에 달하는데, 유지비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이 압류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요트는 총 13대로, 약 22억5,000만 달러(약 2조7,200억 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날도 미국 연방 요원과 스페인 경찰 등이 협력해 스페인 팔마 데 마요르카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금속업체 레노바그룹 총수 빅토르 벡셀베르크의 호화 요트 '탱고'를 압류했다.
문제는 이렇게 압류된 고급 요트의 유지비 청구가 어렵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프랑스 정부가 압류한 러시아 석유그룹 로스네프트 사장인 이고르 세친과 연계된 회사 소유의 요트 '아모레 베로'의 경우, 지금까지 유지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 요트를 관리하는 '라 시오타' 조선소 측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계속 청구서만 발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요트는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쉽게 가치가 떨어진다. 선박 수리비, 승무원 월급, 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한 대형 요트의 연간 운영 비용은 요트 가격의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 압류한 5억4,000만 달러(약 6,540억 원) 가치의 러시아 재벌 안드레이 멜니첸코의 요트는 매년 유지비만 1억800만 달러(약 1,300억 원)로 추정된다.
요트를 포함해 대부분의 해외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 재벌들이 이런 유지 비용을 차질 없이 지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러시아 재벌들이 요트 유지비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급해도 해외 거래 금지 때문에 유럽 당국이 비용을 송금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지난달 러시아 7개 은행 및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했다.
요트를 잘못 억류할 경우 정부가 모든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아니스 마코지아니스 국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닌 요트를 억류할 경우 "(소유주가) 억류로 인한 이용 불가와 전세 수익 손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