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때문에 죽어가는 맹금류들

입력
2022.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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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최초로 제련해 만든 금속이 납이라고 합니다. 기원전 6400년경부터 사용해왔지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은 추출과정에서 많은 양의 납을 생산할 수 있었고, 금속임에도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녹고 부드러워 성형이 쉬웠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수도관, 식기나 접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였고 이는 결국 사회 전반적인 납중독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신경독성을 일으키는 납은 연부조직과 뼈에 축적됩니다. 운동장애나 균형소실, 뇌손상 등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고, 적혈구와 결합하는 납은 빈혈을 포함한 심혈관계와 콩팥 장애도 일으킵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그 독성이 알려졌는데 이미 매우 넓게 납을 사용하고 있었죠. 대표적으로는 휘발유 첨가제나 땜납, 광명단이라는 페인트 안료, 도자기 유약이나, 화장품, 장난감과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산업계에서 다양하게 이용했었습니다. 특히 흰색 안료로 주로 사용했던 탄산 납 등의 화합물을 페인트에 사용하였고, 벗겨진 페인트나 먼지 부스러기에 노출된 결과 1960년대 미국에서 5만여 명의 어린이가 납 중독으로 사망한 바 있었죠. 단순히 사망으로만 끝나지 않고 납 중독은 지능이나 행동발달 장애까지 그 세대에 일어났죠.

이러한 납의 광범위한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납이 야생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많은 맹금류는 사체 청소역할을 합니다. 특히 경험이 없는 어린 시절, 사냥능력이 떨어지기에 인간이 못 찾아낸 수렵 사체나 무거워서 현장에 버린 내장이나 수렵 부산물 등에 많이 의존합니다. 당연히 그 사체에는 죽음의 납탄이 웅크리고 있죠.

참매와 같이 먹이사냥에 능숙한 맹금류도 영향받습니다. 총탄을 맞은 모든 개체가 죽는 것은 아니기에 살아있는 수렵종들 몸 안에 총탄이 박혀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총에 맞은 조류 중 14~33% 정도는 회수하지 못했다는 보고도 있죠. 다친 오리나 꿩은 참매에게 쉬운 밥이 됩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자들은 맹금류에 대한 납탄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1981년부터 확인된 13개국의 22종 맹금류 3,000점 이상의 간 내 납수치 자료를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적어도 흰꼬리수리와 검독수리를 포함한 10종의 맹금류가 납 중독 때문에 유럽에서만 적어도 약 5만5,000마리의 성체가 사라졌다고 추정했습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종들은 성 성숙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오래 생존하는 맹금류였죠. 일례로 흰꼬리수리는 1세기 이상 납탄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보다 14% 적었고, 검독수리와 그리폰독수리도 각각 13%, 12%가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는 6%가량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대형 맹금류는 개체군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많은 참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납탄에 의해 죽자 200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조례를 통해 사슴사냥에서 납탄 사용금지를 결정내린 바 있고, 덴마크와 네덜란드도 납탄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속적 납탄 사용의 결과를 우리는 다시 확인하고 있으며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