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다"...삼성이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방법

입력
2022.04.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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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조 원 투자...지원받은 교수만 1,600명
세계 최고 수준 과학 기술인 육성하겠단 목표
노화 치료법, 차세대 반도체 소자 연구 지원

'연구 주제 제한 없이 자율적으로 제안, 목표 미달성에 대한 불이익 없음.'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0년간 추진 중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시된 기본 요건이다.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보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기술인을 육성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는 이런 과정에서 나온 27건의 연구 과제를 선정, 2022년 상반기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 사회 문제 해결, 세계적인 과학기술인 육성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 원을 출연해 시행중인 연구 지원 공익사업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기초과학 분야 251개, 소재 분야 240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244개 등 총 735개 연구 과제에 9,738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평균 1,000억 원의 연구비가 국내 50여 개 대학에 제공됐다. 연구 지원을 받은 교수만 1,600여 명이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기초과학 분야 12개, 소재 분야 8개, ICT 분야 7개 등 총 27개로 연구비 486억5,000만 원이 지원된다. 43세 이하 '신진 연구책임자'가 12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고, 황준호 서울대 교수, 김희권 성균관대 교수, 최영재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등을 포함한 6명의 30대 연구책임자도 포함됐다.

기초과학 분야에선 강찬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초고령사회에서 인류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인 노화를 연구한다. 이를 통해 노화 관련 신개념 치료법 개발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도전한다.

소재 분야에선 김준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외부 자기장에 의한 저항 변화가 기존 대비 10억 배 이상인 신규 자성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에 나선다.

ICT 분야에서는 김대현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가 세계 최초로 1테라헤르츠(THz)급 동작 속도의 극초고주파·초저전력 차세대 반도체 소자(트랜지스터) 개발을 제안했다. 이는 6세대(6G) 통신, 양자 컴퓨팅 등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고 의료, 환경, 보안, 군사 등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시행 이후 변함없이 지켜온 원칙을 통해 국내 연구문화 개선과 미래기술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며 "연구비는 조기집행과 이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연구결과 창출된 모든 지적재산권은 대학 또는 연구수행기관이 소유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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