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해법으로 재건축과 세제 등 각종 규제 완화책을 제시하자,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인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이 다시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4주 서울 아파트값은 10주 연속 하락세인 가운데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상승·보합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심화된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여파로 안정 국면인 부동산 가격이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 지역부터 꿈틀대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인수위발 규제 완화 뉴스가 이어지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위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재건축, 세금, 대출 등 3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생리를 외면한 정책이 엄청난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윤 당선인 입장을 바탕에 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새 정부의 명확한 부동산 정책 골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규제 완화 시그널이 계속 시장에 전달되자 집값 상승 심리만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인수위가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향후 재건축, 종합부동산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분야에서도 추가 완화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을 안정시킬 핵심 퍼즐인 주택 공급 방안 등이 명확히 확립되기도 전에 규제 완화만 부각되면, 부동산 시장은 새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갈 수 있다. 시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이전 정부의 정책 뒤집기에만 골몰했다가는 '집값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 측도 부동산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의식한 듯 최근 들어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인수위는 LTV 완화와 함께 대출 정상화 방안의 한 세트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일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DSR 완화 등에 대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역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직접 나서 "재건축이 빨리 되는 것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라 상당히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면서 불붙은 규제 완화 분위기를 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과 반대로 가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는 충분한 주택 공급으로 집값이 정상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